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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vs. 언쟁 - 아고라 전장에서 살아남는 법
조제희 지음 / 들녘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논쟁vs.언쟁
조재희 지음
요즈음은 글을 쉽게 쓰고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자주 부딪치고 요란스럽다. 온라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말싸움이 아닌 논쟁을 보고 싶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솔직히 우리 문화에서 논쟁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외국대학교 교수라는 직함에 눈이 쏠렸다.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너무 무리해서 고산(높은 산)을 오르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쟁이 아닌 논쟁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저자는 말싸움과 논쟁에 대해서 먼저 정의를 내린다. “논쟁은 자신이 속한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서로 머리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최선을 다해 창출해 가는 과정을 청중이나 독자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과정이다.” 논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그중에서 기본적으로 서로 간에 신뢰할 수 있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서는 인격이 훌륭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인간의 됨됨이 아니라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소양을 말하는 것 같다(저자의 변으로는 ethos에 대한 뜻으로 가장 가까운 단어가 인격이라고 한다.). 또한 논쟁은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감정에 휩쓸리다 보면 언쟁으로 변하기 쉽기 때문이다.
저자는 2장부터 논쟁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3장에서는 논쟁의 구성원인 청중/독자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4장부터 본격적인 논쟁의 수단과 규범 그리고 구조 와 장르를 다루고 마지막에서는 논쟁에서 다루는 언어에 대해서 언급한다.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대학에서 한 강의를 듣는 것 같다. 조금 각오를 하고 논쟁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고자 하는 자세로 나아가면 좋을 것 같다. 학문적인 용어들이 제법 나오고 단어들이 조금은 무겁기 때문에 진도가 쉽게 나가지 않고 또한 정적인 면이 많다. 우리가 접하는 문제들이 또는 논쟁 또는 언쟁을 하는 요소들이 민감하고 현실적인 것들이어서 역동적인 면이 많은데 거기에 비하면 상당히 이론적인 면이 많다. 그러기에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저자의 말처럼 논쟁의 궁극적인 목적은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리라. 그러나 그 중간 중간에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개입되어 애초의 취지가 퇴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에게 더욱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필요하리라. 우리에게 여전히 논쟁다운 논쟁은 요원하다. 이 책을 보면서 더욱 느끼게 된다. 우리네 특성상 너무 쉽게 뜨거워지기 때문인가? 차가운 지성과 이성이 없기 때문인가?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기회를 준 저자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