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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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최성일 지음


과학자나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서 과학책을 분석해서 책을 펴낸다는 것이 보통이 아닐 것이라는 나름의 기대를 갖고 책을 펼쳤다. 과학자들만의 언어들이 아닌 인문학자의 꼼꼼하고 쉬운 설명을 기대했다. 책을 덮고 나니 조금은 실망감이 앞선다. 물론 나의 무지가 가장 주된 이유이긴 하지만 이 책은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물론 저자의 날카로운 시각들이 곳곳에 나타나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불행하게도 저자가 읽고 써 놓은 39권의 책 가운데 내가 읽어 본 책이 없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만 살짝 훑었을 뿐이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이렇게 여기서 그가 읽은 책들과 그의 지식을 동냥하고 있다. 출판사의 설명으로는 과학책에 대한 서평이지만 한 꼭지 꼭지가 과학계의 현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고 했는데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심오한 얘기들이 많다. 과학에 흥미가 있거나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은 분들이라면 단시간에 큰 밑그림을 그리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반인은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저자는 어렸을 적 쉽지 않게 구입한 책, 소년소녀발명발견과학전집과 중학교 시절 읽기 쉽지 않았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과학도는 아니지만 과학에 대한 열정과 고집은 아마 타고난 것 같다. 어찌 코스모스를 오기로 읽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는 과학은 아름답다는 표현을 한다. 웬만한 문학작품과는 비교가 불가하다고 말한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다윈 이후’가 궁금하다. 그는 치열한 탐구가 부족한 것을 지나치지 못한다. 장하나의 ‘속담으로 배우는 과학 교과서’를 통해 너무 안이한 과학에 대한 접근을 경계한다. 그가 학생들에게 쉽게 과학을 설명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과학은 쉽게 접근해서는 위험한 분야다. 그로 인한 파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과학이 보편화돼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반 대중에게는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과학이라는 말만 나와도 그것에 주눅이 든다. 과학적 방법이라는 말이 곧 진리라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특별히 생명과학이라는 분야는 더욱 그런 것 같다. 과학자에게는 자긍심과 더불어 투철한 도덕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형자의 ‘과학에 둘러싸인 하루’에 대해서는 너무 낙관적으로 전기제품을 바라보는 시각을 지적한다. 전자기파에 대한 위험성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과학이 상당히 발전한 유럽 사람들은 전기에 대한 경계가 상당하다. 내가 경험한 그들은 전기 콘센트가 있는 곳으로 눕기 조차 거부한다. 저자의 언급처럼 과학은 정확성과 엄밀함이 생명이다. 이것을 상실했을 때 우리에게 그것은 재앙이다.


그의 과학에 대한 접근은 의학과 통계 그리고 수학 분야로까지 이어진다. 통계는 거짓투성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우리는 수학을 알맹이는 빼고 수학적 기술만 배우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나는 과학보다 수학을 좋아한다. 아마 더 단순해서 일 것이다.


저자의 과학의 전 영역을 넘나드는 책읽기가 부럽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재능이 아닌 삶의 자세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과학에 흥미를 갖고 있거나 짧은 시간에 과학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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