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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없는 경제학 - 인물.철학.열정이 만든 금융의 역사
차현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숫자 없는 경제학
차현진 지음
기존의 복잡한 경제논리나 수학 공식을 나열한 책과는 차별화를 시도한 이야기가 있는 경제학서 라는 생각이 든다. 권력과 돈이 어떻게 얽혀 왔는지 역사를 통해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특별히 저자의 안방인 한국은행(중앙은행)의 탄생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서 눈을 들어 멀리 쳐다보면 경제라는 것이 인간의 욕구와 이해관계 그리고 개인적인 감정들에 어떻게 움직이는가 볼 수 있다. 본문의 이야기처럼 권력자는 화폐를 끊임없이 소유하고자 하지만 화폐는 그보다 더 무한한 유효기간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통치자와 국민, 정부와 시장을 연결해 주는 제 3의 고리를 중앙은행의 독립으로 보고 있다(우리의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는 느낌을 받지만). 이 책은 우리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어떻게 출발했는지 그 비사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밝혀주고 있다. 일본의 대륙 침략의 일환으로 탄생한 조선은행과 조선식산은행과의 경쟁과 중앙은행으로서의 논쟁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미국의 동방박사의 선물도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행의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글도 있다.
본문의 중심과는 다르지만 프랑스의 카트린 드 메디치의 삶은 새로운 흥미를 가져다준다. 태어나자마자 양 부모를 잃고 외할머니의 도움으로 자라지만 어릴 적부터 마키아 벨리의 군주론을 달달 외우며 몸에 익히고 자신의 약점인 못 생긴 얼굴과 연약한 신체를 무서운 인내심과 관찰력과 집중력으로 극복하고 프랑스를 30 여 년간 지배한 한 여인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또한 미국 서부의 입지전적인 인물인 지아니니의 삶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와 둘러싼 헨리 모겐소와 글래스와의 충돌의 묘사가 흥미를 준다. 지아니니의 투철한 경제철학도 인상적이다. “나는 더 부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 사람들은 돈을 갖고 싶어 하지만, 사실 돈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돈이 그 사람을 가질 뿐이지.” 한 번 쯤 되새겨 보아야할 말이 아닐까?
몇 년 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철학의 부재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 마천루와 모호한‘객관주의’에 대해 저자는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뿐만 아니라 그의 후손들과 영향력도 잘 그려주고 있다. 이 책은 경제학 교양서로서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혹자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경제학서 라고 말하지만 부담 없이 경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