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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삼국지 - 세 황후는 어떻게 근대 동아시아를 호령했는가
신명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황후 삼국지
신명호 지음
역사의 격변기에 살았던 세 여인을 흥미롭게 비교해 놓았다.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궁중 문화를 오랫동안 연구한 저자의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당시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19세기 참혹했던 조선의 아픔을 통해 오늘 날 대한민국의 찬란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청나라는 결국 비참하게 역사에서 사라졌다. 반면 일본은 변두리 국가에서 패권국가로 변했다. 그 중심에 명성황후와 청의 서태후 그리고 일본에는 하루코 황후가 있었다. 19세기 동북아 삼국의 역사를 입체적이고 통합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흥선 대원군의 권력에 대한 지나친 집착 또는 애국 충정의 마음 때문에 빚어지는 고종과의 갈등, 이를 해결해 가는 민비의 모습 그리고 그 당시의 정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동시대 청나라의 서태후와 동태후 그리고 함풍황제와 동치황제의 권력 쟁탈전도 흥미진진하다. 특히 서태후의 권력욕이 어머니의 이름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하루꼬 황후를 통해 드러난 일본 왕실의 모습은 우리보다 개방적이었다. 특히 정실과 후궁의 차이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새롭다. 일본의 왕실 문화를 세세히 기록해 놓았다. 막부에서 왕정으로 권력이 이동했지만 그녀는 권력의 맛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근대적 양장과 부녀감을 통해 서양의 근대 문물과 일본의 전통정신을 결합하여 강한 일본을 건설하고자 화론양재를 실천해 메이지 천왕의 현명한 아내로 황태자와 일본 국민의 가장 현명한 어머니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반면 권력의 중심에 섰던 서태후는 청나라의 멸망의 제공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민비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각기 권력의 중심 위치에 있었지만 다른 길을 간 세사람의 모습이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 흥미롭다.
역사는 개인에게나 국가에게 있어 많은 것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현재의 역사는 우리의 몫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명성황후는 짧은 45년의 생애를 살다가 비참하게 죽었지만 조선의 국모로서 몸부림치다가 죽어서 대한 제국을 탄생시켰다. 서태후는 마지막까지 청나라를 다시 일으키고자 3살짜리 젖먹이 부의황제를 세워 결국 청나라의 멸망을 앞당겼다. 하루코 황후는 조용히 현모양처로 살았지만 군국주의 일본에 일조했다. 이들의 삶이 개인적인 안락함이나 평안을 추구하지 않고 나라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은 높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명성황후나 서태후의 역동적인 삶에 하루코을 끼운 듯한 인상을 주지만 19세기 당시의 격변의 현장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역사의 현장을 찾아 생동감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오늘도 이 역사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