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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 자라지 않는 아이 유유와 아빠의 일곱 해 여행
마리우스 세라 지음, 고인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마리우스 세라 지음 고인경 옮김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와 함께 한 7년의 생활을 기록해 놓았다. 저자는 아이의 아버지이자 작가다.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와 부대끼며 느꼈던 상충되는 고통과 기쁨을 진실하게 표현해 놓았다. 이런 저럼 이유로 주위에 장애를 갖고 있는 가정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다 헤아릴 수는 없을 지라도 한 생명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작은 소망들을 가슴에 품고자 하는 주제 넘는 생각을 해 본다.
유이스 세라 파블로, 그는 생후 7개월 후 성장이 멈추었다. 그를 향한 아버지의 심정이 곳곳에 묻어난다. 조금씩 아이의 상황이 의학적으로 드러날 때 마다 나타나는 충격과 이를 받아들이는 인내심 그리고 그들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들을 향한 분노 등이 잘 드러나 있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어떤 결단이나 행동도 하겠다는 아버지의 사랑이 가끔 드러나기도 한다.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현대 의학이나 여러 도움에 냉소적인 면도 보인다. 그러나 아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그의 남다른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과 강한 인내심은 글을 읽는 모두를 숙연케 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작가는 친절하지는 않다. 군데군데 낯선 단어들에 직면하게 되고 스페인이나 로마 등 유럽 문화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글을 매끄럽게 읽어 나가기 힘들다. 그렇지만 아버지로서 사랑하는 아들과 조금이라도 더 추억할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 앞에 이러한 푸념은 사치다.
마지막 장(chapter)을 장식하는 폴리스코프(종이 넘기기)는 텅 빈 가슴을 꽉 채운다. 사진작가와 디자이너의 도움으로 전혀 반응이 없는, 심지어 자신의 목조차 가눌 수 없는 유이스가 마치 달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장면들을 통해 가족들의 뜨거운 사랑과 안타까움이 강물처럼 밀려온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기보다 부족한 것을 채우고자 몸부림치는 나의 모습이 이처럼 초라하게 보일수가 없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우리의 긴 여행이 고통과 슬픔 그리고 기쁨과 환희가 섞인 아름다운 순간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장애를 슬기롭게 극복해 가는 아버지의 사랑이 깊이 남는다. 무언가 손에 잡히는 것만을 추구하는 삶에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소망과 위로를 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