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찾은 도공 ㅣ 우리 역사 속의 숨은 일꾼 이야기 2
정인수 지음, 이명애 그림 / 풀빛 / 2010년 3월
평점 :
내가 찾는 도공
정인수 글 . 이명애 그림
도자기의 이름은 왜 그렇게 길까요? 그 이름 속에 종류와 표현방법, 무늬의 종류, 그릇의 용도가 다 들어가 있기 때문이란다. 예)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종류는 청자이고 표현방법은 상감기법, 무늬는 구름과 학을 담은 운학문 그리고 그릇의 모양은 매병 곧 입구가 작고 배가 불룩한 것을 뜻한다. 후대의 학자들이 아마 이렇게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우리 역사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당당히 자신의 꿈과 신념을 쏟아 부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중 두 번째 책이다. 얼마전 ‘국사’과목이 수학능력시험에서 10명중 한 명꼴로 시험을 본다는 소식을 접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국사’과목을 어려워한다. 그런데 대학에서 ‘국사’를 다른 사회 탐구영역과목들과 같이 선택해서 시험을 보도록 했기 때문에 굳이 어려운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할 필요성을 학생들은 느끼지 못한다.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공이는 특별 활동반에 축구를 신청했는데 지원자가 많아 탈락하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도예반에 들어간다. 그는 ‘예림’이라는 예쁘고 공부 잘하는 여자아이 때문에 그나마 위로를 받으며 도예반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도자기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 중 박물관이나 여러 유적지를 여행한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는 차츰 도자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자기의 유래와 종류 그리고 발달 과정을 재미있게 묘사해 보는 이로 하여금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특별히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른다는 대목에서는 새로운 역사에 대한 시각을 제공해 준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도자기 광’ 이라는 사실과 수많은 도공들이 끌려가 일본 도자기의 중흥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그들의 야만적인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장인들에 대한 대우를 형편없이 했던 우리나라와 모든 것을 투자해 도자기에 힘을 쏟도록 했던 일본을 비교해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또한 도자기를 국가에서 집중 육성하였던 조선시대에 도자기를 만드는 분원이 번창했었는데 양반들의 이기심과 얄팍한 상술로 인해 분원이 사라지게 되고 쇠퇴의 길로 접어 들었다는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가져다준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가 모든 것을 이익과 효율이라는 잣대로 평가할 때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정치와 사회 철학이 요구된다.
다행스럽게도 상감청자와 백자가 거의 복원됐단다. 계속해서 명장들이 나오고 대대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문화는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노골적으로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이때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더욱더 깊은 흥미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도자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 심당길(본명 심찬)의 고뇌에 찬 찻 그릇 이름 ‘히바라키’가 가슴에 박힌다. 그는 왜군에 의해 포로로 잡혀 간지 18년 만에 도자기를 빗고 나서 그 이름을 ‘히바라키’ 곧 ‘불만으로’라 지었다. 유약이나 도공은 조선 것이고 가마를 지피는 불만 일본 것이라는 뜻이란다. 다시는 이런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소망하면서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