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은 이렇게 말했다 - 최인훈과 나눈 예술철학, 40년의 배움
김기우 지음 / 창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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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광장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우리 분단의 시대 문제를 가슴 아프게 전개했던 저자를 통해 우리의 슬픔을 다시 한 번 느꼈었다. 그를 기억하며 책을 펼쳤다. 물론 그가 쓴 것이 아니라 그를 가장 가까이서 본 제자가 쓴 것이다. 그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는 없지만 그의 제자의 그를 향한 애틋함과 정성이 여기 저기 묻어난다. 스승의 제자 사랑도 아름답지만 제자의 스승을 향한 마음도 한 그루의 해바라기 같다.

 

<스스의 날 주간이어서 선생님을 뵈려고 전화를 드렸는데 선생님께서 연극을 보러 가자고 하신다. 나는 선생님을 모시고 동승동 아르코극장에 갔다. 소극장이어서 관객이 빼곡 들어차 있었다. 나는 연출자가 안내해 준 좌석에 앉아 선생님 곁에서 한스와 그레텔을 관람했다.> 이 글을 보면서 초등학생이 담임 선생님과 함께 연극을 보러 가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어찌 이렇게 스승과 제자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요즘은 보기 힘든 관경이리라.

 

이 책은 최인훈의 제자인 저자가 일기 형식으로 그와 함께 했던 날들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저자가 학생시절 처음 그를 면접 시간에 만난 19822월부터 그가 죽음을 맞이한 20187월까지를 빼곡하게 적어 나간다. 한 사람을 향한 이처럼 변함없는 애정을 보기 쉽지 않은데 저자는 이를 잘 표현한다. 이 글의 마지막 장인 14,600일의 기억에 이것이 잘 묻어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하는데 저자는 죽은 스승을 통해서 오늘도 무언가를 생각하며 배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대를 붙들며 사는 것은 어쩌면 너무 무모한 짓일지 모른다. 특히 오늘날 같이 시장자본주의가 휘두르는 세상은 이를 더욱 실감케 한다. 그러나 시대가 그러면 그럴수록 인간은 사람다움을 찾고 저 밑바닥에 있는 고뇌와 삶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고민한다. 인간을 찾고 삶과 진정한 자유를 고민하게 하는 이 시대다. 저자와 최인훈을 통해 다시금 이를 찾게 되어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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