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선물 - 수학을 하는 것과 인생을 사는 일의 공명에 관하여
모리타 마사오 지음, 박동섭 옮김 / 원더박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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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학을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좋아하고 대부분의 학창시절동안 어렵고 힘든 과목으로 생각하고 졸업과 동시에 멀리 던져 버렸다. 아이들을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분수와 소수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힘들어 한다. 그래서 많은 교육자들이 쉽게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게임이나 놀이로 접근해 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요즘은 학생들의 어려움을 없애고자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없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중학교의 자율학기나 자율학년과 더불어 학력의 편차가 빈부의 격차에 따라 더 커진 것 같다. 중학교 1학년을 잘 활용하면 지금까지 부진했거나 벅찼던 과목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환경이 열악한 이들에게는 오히려 차이가 더 벌어져 버리는 안타까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는 나름대로 수학이라는 학문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를 삼고자 한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특히 일본어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언어들을 접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을 가졌다.

 

그는 단순히 수학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즐거워하고 철학을 존중하는 것 같다. 본문에는 불교의 비움이 나타나고 여러 철학자의 현실을 붙잡지 않고 인생 자체를 생각하고 사유하고자 하는 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 자신도 산자락의 집에서 세상의 어수선함과 떨어져 살아간다. 그가 자주 인용하는 아기와 아들을 통해서 그가 삶에 대한 경외심이 강함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이 습득한 지식 이전에 주어진 앎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우리는 과학이 마치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원자가 정말 있는 지 없는 지 우리는 모른다. 그들이 있다고 하니까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정말 그것이 사실이고 진리라면 그들이 우리에게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고 그것이 우선 순위에 맞다.

 

저자는 우리가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연산기호나 각종 정의를 먼저 이해하려고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 어떤 것을 먼저 받아들여 익힌 다음에 그것이 어떤 것인가는 나중에 이해한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에게 수저를 들어 떠먹이고 난 다음에 나중에 이 수저가 무엇이고 어디에 쓰이는 지 설명한다. 그런데 수학에서 만큼은 이것이 왜 이렇게 되는 지 꼬치꼬치 따져 묻는다. 그러면 이해를 할 수 없고 더 어렵게 느껴지고 거부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그래서 수학선생님들이 이야기 할 때 이해가 가지 않으면 일단 암기하라고 한다. 공식을 암기하고 자꾸 증명을 해 보라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 이해가 간다.

 

저자는 구 러시아 때 대학생들의 동아리에서 만든 수학책을 교재로 어린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친다고 한다. 부드러운 사고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수학은 누군가에게는 귀한 선물이다. 아니 인류에게 수학은 선물이다. 저자는 하루 중 오전은 항상 비워둔다고 한다. 수학 문제를 푸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는 수학을 즐겨할 뿐 아니라 아주 귀한 자기만의 시간이다. 기쁨을 얻는 시간이요 휴식을 갖는 시간이다. 문제에 집중하다 보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고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 그리고 조용히 자기를 돌아 볼 수 있다. 이것을 안다면 수학은 보물이고 선물이다. 우리가 수학이 보물이고 선물은 아니더라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하나의 과목이고 학문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아마 지금보다는 좀 더 행복하고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이 번역본이라 읽는 것이 부드럽지는 않다. 중간 중간에 우리와는 좀 다른 표현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의 수학에 대한 진지함과 삶에 대한 깊은 사고 그리고 열린 마음은 충분히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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