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의 역사를 짧게나마 훑어보는 재미가 있다. 저자는 흥미롭게 자신을 등에 라고 소개하는 철학의 시조 소크라테스와 현대의 등에 라고 일컫는 피터 싱어를 처음과 끝에 등장시킨다. 이는 아마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리라. 많은 이들에게 이들은 가시 같은 존재들일 것이고 경제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말쟁이들 혹은 글쟁이로 취급받을 것이다. 일반 서민들에게는 입으로만 정의를 외치는 무위도식 하는 자들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지만 아까운 피를 빠는 등에로 비쳐지는 것이 아마도 정당한(?)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연설가인 소크라테스와 문장가인 플라톤 그리고 모든 사물의 관찰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삶이 스승과 제자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 그들의 삶 자체가 철학이고 우리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과 철학이 치열하게 공존하는 세상이다. 급속한 과학의 발달은 철학을 필요로 한다. 철학의 부재는 인류에게 아마 재앙을 가져 올 것이다. 칼 포퍼와 토마스 쿤의 과학에 대한 접근은 과학의 세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질문하는 남자 소크라테스와 질문하지 않는 남자 아돌프 아히만 중령의 삶은 우리에게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보여준다.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해 대는 소크라테스는 아마 당시 모든 사람들을 피곤하게 했을 것이다. 바쁘게 길을 가는 이들에게 그는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고 시간을 빼앗아 가는 등에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있었기에 그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을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고 관성대로 막연하게 살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자신은 주어진 일만 오로지 힘을 다하여 했다는 아히만은 결국 독재자 히틀러의 유대인 대 학살의 주법이 되었다. 그는 이 진상을 알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충성을 하는 지 생각해 보지 않았고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는 철도망을 조직하였고 유대인들을 아우슈비츠를 포함한 폴란드의 여러 수용소로 수송하는 일을 맡았다. 그는 사무실에 앉아 각종 서류에 사인만 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수 백 만 명의 유대인들이 독가스에 질식해 죽었다. 그는 악랄한 괴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반인의 얼굴을 한 위험한 얼굴을 가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철저히 법에 따라 사는 사람이었고 명령에 복종하는 훈련을 받았다. 그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일체의 책임감을 느끼는 않았다. 그는 피를 보는 것이 두려워 의사가 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를 보고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괴물 같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무서운 행악을 저지른 평범한 괴물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규칙에 의문을 제기할 용기가 없었고 상상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아렌트는 그를 천박하고 어리석은 자라고 평가했다.

 

철학은 우리에게 인생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해 준다. 보이는 것이 진실인 것으로 보는 이 시대. 보이는 것에 빠지지 않고 그 이면을 볼 수 있는 철학. 생각하는 지성인들과 시민들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