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라는 나라는 현재도 불가사의한 면이 많은 것 같다. 과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 주었지만 지금도 수많은 이들에게 그 곳은 미지의 땅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소위 도를 닦는 다는 수도승들이 일천 만 명이 넘는다면 철학의 나라, 종교의 나라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저자의 다양한 경험은 이러한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가 겨울이면 이곳을 해마다 여행한다고 한다. 저자도 아마 그들처럼 방랑시인의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그가 경험한 것이 인도 전반적인 삶이고 그들의 밑바닥의 생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한 단면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보았다.

 

그가 만난 이들은 보통 우리나라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살을 살아간다. 예를 들어 음료수를 파는 주인을 살펴보면 기차가 떠날 까봐 노심초사하는 저자에게 서두르면 되는 것이 없으니 차분히 기다리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여전히 느릿느릿 준비한다. 기차의 출발 소리가 들려도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잔돈도 동전으로 주어 하나하나 세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뛰게 만들고 그러다 주문했던 음료수를 놓고 와 버리는 대형 사고를(?) 치게 만든다. 그런데 발만 동동 구르던 그에게 그 주인이 천천히 음료수를 들고 오면서 여전히 서두르면 되는 것이 없다고 하지 않았냐며 중얼거린다. 그들은 우리처럼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다. 물론 이런 삶의 장단점이 있으리라. 그들은 우리와 달리 산업화를 이루지 못했다. 우리는 빨리 빨리 하며 산업화를 이루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외적인 풍요로움을 얻게 되었지만 내면의 안정과 평안 그리고 여유는 잃어 버렸다.

 

그가 쥐에게 다 털리고 더러운 숙박을 하면서 불평을 하지만 그것이 또한 그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배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의 여행이 그의 말대로 교육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교실에서 배우는 것은 제한적이고 문자적이지만 여행을 통해서 얻는 것은 살아있고 생동감이 넘치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가 거리에서 만나는 사기꾼들과 걸인들조차 그에게는 배움이고 철학자들이다. 그가 전해주는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규칙은 그들의 삶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국인들이 그 곳에서 골프를 칠 때 그들을 가장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원숭이들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친 골프공을 냉큼 가져다가 아무데나 놓고 가 버렸다고 한다. 담을 쳐도 소용이 없고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해도 소용이 없어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고 한다. 공이 떨어진 지점에서 이어 치는 것이 아니라 원숭이가 가져다 놓은 곳에서 이어서 공을 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기발한(?) 아니 해괴한(?) 규칙인가? 이렇듯 그들에게는 그 누구도 막거나 돌릴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것들의 장단점을 떠나 그들은 철저하게 그것들을 지켜가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 저 아마존의 밀림지역처럼 세상의 때가 덜 묻은 몇 안 되는 지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류 문명의 발달은 보다 빠르고 편한 세상을 가져다주었다. 반면 내면을 돌보는 시간들은 빼앗아 갔다. 어쩌면 이것이 공평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것일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고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겉모습에 속아 사는 걸까? 아마도 우리의 철학 수업은 오늘도 진행 중일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현재의 우리의 겉모습이 많은 것을 앗아 갔다는 우울한 생각은 진실이다. 나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은 오늘도 유효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