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습니다 - 열혈 아빠와 사춘기 아들의 러시아 스케치
두준열 지음 / 다할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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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이것은 큰 행운이다. 경제적인 문제와 시간이 대부분에게는 없다. 저자는 이런 행운아 중에 한 사람인 것 같다. 어렸을 적 캠핑을 다니고 중2병에 시달릴 때는 해외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행복한 아빠 노릇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지구의 4분의 1을 다녀온 저자의 기록이 이 책이다.

 

러시아는 이국적인 나라다. 분명 서양 사람들인데 동양적인 요소들이 많다.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렇게 낯설지 않다. 저자는 그림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진보다 그림이 더 흥미롭다. 블라디보스톡으로부터 시작된 여행은 청정 호수 바이칼을 지나 러시아의 심장인 모스크바와 화려한 상트페테르부르크(레닌그라드)를 거쳐 핀란드 헬싱키까지 장장 20일간의 여행의 기록이 사진과 저자와 아들의 그림이 잘 장식되어 있다.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USK(Urban Sketch)상트멤버들과의 피의 구세주 성당에서의 만남은 인상적이었다. 그의 그림솜씨가 낯선 이들과의 만남에서 소통의 도구가 되었던 것 같다. 젊은 날의 여행은 그 인생에 있어서 꿈과 소망의 자양분이 되어 오랫동안 그를 지켜 줄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 같이 역사와 전통이 아직 살아있는 나라들의 모습은 새로운 생각의 기운을 불어다 줄 것이다. 저자처럼 오랫동안 여행을 준비하고 여유롭게 시작한다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비행기 안에서 퇴직한 한 신사의 말처럼 저자와 아들은 큰 행운아이고 특히 아직 중학생이 저자의 아들에게는 평생 간직할 뜻 깊은 여행이었을 것이다.

 

방학이면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에 몰입하고 하루 종일 빡빡한 일정으로 녹초가 되어버리는 우리네 중고등학생들에게 아마 이것은 꿈만 같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어쩌면 더 이런 경험이 필요하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직장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경쟁하며 살아남아야하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감성과 체력이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

 

러시아의 한 교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들은 기계 같아요. 쉼이 없어요. 그래서 무서워요.” 러시아에 사는 고려인들(한민족의 피를 가진 러시아 사람들)가운데도 아주 성실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쉼도 없이 일하는 사람들로 생각한다. 좀 더 여유를 갖고 풍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도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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