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도쿠 살인 사건 스도쿠 미스터리 1
셸리 프레이돈트 지음, 조영학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가로 세로 9칸인 정사각형 모양의 빈 칸에 1부터 9까지 아홉 개의 숫자를 조건에 맞게 적절히 집어넣는 게임, 스도쿠. 심심풀이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게임 중 하나이다. 이 스도쿠 게임과 살인사건이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이 책 <스도쿠 살인사건>을 읽기 시작했다.


시골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는 스도쿠 퍼즐 뿐.


스승 애번데일 교수의 부름을 받고 고향이기도 한 시골 마을을 찾아 온 천재 수학자 케이트 맥도날드는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돌연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내몰린다. 경찰 서장 미쉘은 살인범을 찾아 나서고 케이트 역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사건을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살해된 애번데일 교수의 조수 소년 해리 역시 케이트와 미쉘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이야기가 어둡고 긴장감 넘치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과 경찰 서장의 대립 구도는 시트콤을 지켜보고 있는 듯 유머러스했고, 해리와 케이트의 천재적인 두뇌 회전 역시 책을 읽는 흥미를 돋워 주었다. <스도쿠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스도쿠가 살인을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거라 짐작했는데, 정작 스도쿠는 이야기 속의 배경쯤에 그치는 정도였다. 중간 부분에 가서야 이야기는 본격적인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성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는 케이트와 경찰 서장 사이의 미묘한 기운, 곳곳에 숨겨진 코믹한 장치들이 눈에 띄었다.


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이지만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고 인간의 따듯함을 느낄 수 있었던 묘한 이야기였다. 무섭고 긴장감 넘치기보다는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였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불 - 존재에서 기억으로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한 때 일본 소설이라면 진저리치던 시절이 있었다. 일본 소설을 읽는 이유를 모르겠고, 거기서 뭘 느끼는 건지도 알 수 없어 가까이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우연히 츠지 히토나리의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를 읽고는 조금씩 일본 소설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었다. 주제를 사랑으로 두고 있는 일본 소설들에는 개인적으로 그리 공감하지 못해서 지금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 외의 주제들에 있어서는 재미도 느끼고 흥미도 느끼고 그 밖의 다른 감정들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백불>의 주인공은 에구치 미노루다. 오오노지마라는 작은 섬에 살고 있는 그의 전반적인 인생을, 전쟁 속에서의 삶의 모습을 이 책 속에 그려 놓았다. 칼을 만드는 집안에서 태어나 전쟁 중에는 철포 개발에 종사했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는 발명가가 된 저자의 할아버지 이마무라 유타카가 미노루의 모델이라고 츠지 히토나리는 밝혀 두었다. 조부를 모델로 하여 픽션을 만들어 냈으며, 그 속에 삶과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군국주의가 팽배하던 그 시기의 일본, 미노루를 포함한 일본인들은 군인이 되어 나라를 위해 전쟁에서 싸우는 것을 명예 그 자체로 인식했다. 군인을 동경하며, 또 실망하기도 하며 점차 성장해가는 미노루에게는 어려서 강물에 빠져 익사한 형의 죽음이라는 상처가 늘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이 뭔지도 채 알기 전 겪은 동네 누나와의 첫사랑이 있었다. 언제나 주위에는 사랑이 있었고 친구들이 있었고 또 죽음이 있었다. 형도 죽었고, 사랑했던 사람도 죽었고, 친구들도 하나둘씩 죽어갔다. 왜 사람은 죽어야 하며 그 죽음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미노루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고민과 번뇌와 생각 속에서 미노루는 사람들의 뼈를 모아 불상을 만들 것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우리 중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다. 삶의 끝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당장 5분 후가 될 수도 있고, 내일이 될 수도 있고, 10년 후가 될 수도 있고, 또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바로 그 죽음에 대해, 그것이 갖고 있는 철학적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거운 주제임이 분명하지만 저자의 담담한 듯 써내려가는 문장 속에서 뭔가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무슨 고집에선지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읽지 않으려고 했다. 영화로 제작되고 개봉했음을 알고도 영화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도가니> 이야기에 대해서 아는 것은 대충의 줄거리라고도 말할 수 없는 작은 것이었음에도 이상하게 읽고도 보고도 싶지 않았다. 영화가 이슈가 되고 도가니 뉴스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도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다. 참 이상한 고집이었다. 그러다 또 아무 이유 없이 이끌리듯 친구들과 영화를 봤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서점에 들러 <도가니>를 샀다.


유일하게 <무진기행>에서 접했던 ‘무진’이 이 책의 배경이었다. 무진시(霧津市)에 위치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학교 ‘자애학원’. 아내의 주선 때문에 우격다짐으로 자애학원의 기간제 교사를 맡게 된 강인호는 무진에 도착하면서부터 불길함을 느낀다. 청각장애아가 기차에 치여 죽어도 사건은 학교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고, 화장실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애정이 없어 보이고, 학생들을 뉘우치게 한답시고 폭력들을 아무렇지 않게 행사하고, 심지어 교장과 무진경찰서의 형사 사이에서는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영리한 아이 연두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강인호의 손바닥에 엄마의 휴대폰 번호와 메시지를 남긴 것을 시작으로 ‘자애학원’을 둘러싸고 있는 무서운 사건은 점점 그 정체를 드러냈다.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폭력과 성폭력과 학대가 ‘자애학원’ 안에서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도대체 교장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 것인지, 가해자들을 신고해도 경찰들은 수사를 하지 않았고 교육청에서도 나몰라라다. 무진인권운동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 선배의 도움으로 아이들의 증언을 녹화하고 최후의 방법으로 매스컴을 통해 내보내면서 그제야 겨우 무진시는 뒤집혔다. 이제 가해자들은 죄에 합당한-죄에 합당한 처벌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처벌을 받고 피해 학생들은 조금이나마 그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보지만 그것도 잠시. 재판은 피해자들을 점점 더 궁지로 몰아갔고 말도 안 되는 과정 속에 가해자들은 터무니없는 판결을 받게 된다. 강인호 역시 공격을 받고 다시 소시민의 틈으로 숨어버린다. 사건은 흐지부지 그렇게 다시 발자취를 감추었다.


거대한 악. 그리고 그것에 맞서는 약한 선. 보기 안쓰럽고 딱할 정도로 현실은 가차 없었고 가혹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 속은 분하고 억울하다는 감정으로 가득했다. 내 일이 아님에도 열 받고 그저 지켜봐야만 한다는 사실에 가슴 아팠다. 이건 그냥 픽션이란다, 하고 누군가 말해주었으면 싶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생각하기에는 받아들이기가 정말 힘들었다. 화도 났지만 무엇보다도 무서웠다. 만약 내가 강인호였다면, 강인호의 대학 선배였다면 주변에서 하나둘씩 지쳐 쓰러져가는 와중에 끝까지 악에 맞설 수 있었을까. 내 신변을 위협하는 그 속에서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상상조차도 하기 싫었고 두려웠다. 그리고 지금도 세상에는 도가니 속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묵인되고 은폐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몸서리쳐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벽 거리에서>를 읽었는데, 이렇게 빨리 또 다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백은의 잭. 제목에서는 그저 희다는 느낌, 그리고 뭔가 날카로운 이야기일 것이라는 느낌 말고는 어떤 줄거리도 예측할 수가 없었다. 다만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 그리고 출간 한 달여 만에 밀리언 셀러가 되었고, 일본 출판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기록되었다는 문구가 기대를 더욱 높여주었다.


백은의 잭: 은색의 설원을 뜻하는 ‘백은(白銀)’과 납치, 탈취, 장악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hijack’의 합성어다. ‘스키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작품의 골자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 라고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밝히고 있었다.


은백색 설원이 펼쳐진 신게쓰 고원 스키장이 이 책의 무대고 배경이다. 스키 시즌이 시작되고 쿠라타를 포함한 스키장의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익명의 메일이 하나 도착한다.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꺼림칙하다. 메일을 보낸 자는 이상기온 현상에 대한 위자료 명목으로 3천 엔을 요구했으며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스키장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을 해왔다. 스키장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경영진은 경찰에 알리는 것을 꺼렸고, 쿠라타는 목숨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에 알리고 사람들을 대피시키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결국 돈을 주고 사건을 해결하자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다.


신게쓰 고원 스키장에서는 협박 메일을 보낸 협박범과 스키장 직원들의 대립, 그리고 스키장 내에서도 경영진들과 직원들 간의 대립이 존재하고 있었다. 특히나 협박 메일을 보내온 자의 협박이 한 번에서 그치지 않았고 그 또는 그들이 계속해서 돈을 요구하자 직원들이 느끼는 압박은 더 커져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쿠라타는 이것이 단순히 돈을 노린 협박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갖가지 의심들이 오가는 가운데 호기심 강한 몇몇 직원들의 움직임으로 범인은 그 정체를 점점 드러내고, 그 속에 숨겨진 더 큰 음모와 더 큰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설원 위를 달리는 직원들과 뛰어난 실력으로 스키장을 가로지르는 손님들의 레이스는 그 속도감이 책을 읽고 있는 이곳까지 느껴질 정도로 시원했다. 이제 곧 겨울이고 스키 시즌이 돌아올 텐데 벌써부터 눈밭을 구르고 싶어졌다.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찾아 읽고 즐겨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막힘없이 죽죽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인데, 이 책의 가독성 역시 단연 히가시노 게이고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줴의 겨울
디안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이것은 나와 내 형제자매의 이야기다. 둥니(東), 시줴(西), 난인(南), 베이베이(北).
동서남북 어디서든,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내려오면 곧바로 그 무대 위에 다른 사람이 등장한다.


라는 문장으로 이 이야기 <시줴의 겨울>은 시작한다. ‘동서남북’의 돌림자를 가진, 이 책 속의 화자 시줴와 그의 사촌형제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베이베이를 제외하고 둥니, 시줴, 난인이 등장하는데 그 캐릭터가 참 독특하고 개성이 넘쳤다. 나 시줴는 고아다. 아버지가 죽고, 바로 아파트 너머로 몸을 던진 어머니 역시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그래서 시줴는 난인의 부모님이기도 한 작은 어머니, 아버지네 집에서 살게 된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탓인지 시줴는 적극적이기보다는 소극적인 인물에 가깝고 자기 방어적이며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가족들에게 있어서만큼은 다정하고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따듯한 사람이다. 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지만 때때로 선생님의 모습을 잊고는 한다. 방랑자적 성격을 갖고 있는 둥니는 시줴보다 누나인데, 그녀의 부모님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운다. 그 싸움의 규모는 항상 커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아마 그것이 둥니를 일찍이 집에서 나가게 하는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막내 난인. 시줴가 교사로 있는 학교의 학생이다. 언제나 천진난만하고 언제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뱉으며 행동에 거침이 없다.


어린 난인에게 남자친구가 생기자 시줴는 묘한 질투를 느끼며 기분 나빠한다. 그러다 난인이 사랑의 상처를 받으면 언제나 묵묵히 토닥여주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준다. 난인 역시 시줴를 응원하고 따르며 잘 지낸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고 남편에게도 쫓겨나 결국 고향으로 돌아온 둥니가 히스테리성 증세를 보여도 꿋꿋하고 아이와 둥니를 책임진다. 시줴에게 그들 모두는 가족이고 진정으로 지켜내야 할 사람들이었다.


소소한 에피소드에서부터 큼직하고 날카로운 칼날을 가진 사건들까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때로는 그들을 귀엽게 지켜보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에 말도 안 돼!를 연발하며 기가 막힌 채로 그들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할 때도 있었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도 했다. 탄생과 죽음, 사랑과 결혼, 이별과 상처, 희생과 배려, 주는 쪽과 받는 쪽, 그리고 의리와 배신에 반전까지 모든 요소가 곳곳에 들어있었다.


처음에 몇 장을 넘기며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이야기가 쉽게 읽히려 들지 않고, 계속 책 밖으로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 이름에 익숙해지는 것도 어려웠고,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도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끈기를 갖고 기다린 결과,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정신없이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줴가 되었다가, 둥니가, 난인이 되었다가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정말 재미있게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룽청 정씨 가족’이란 이름 아래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2부, 3부가 나오면 꼭 찾아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