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블링 - 쇼핑보다 반짝이는 청담동 연애이야기
정수현 지음 / 링거스그룹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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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블링블링. 반짝반짝.

  그리고 또 블링블링. 다이아몬드, 금, 보석 등의 사치스러움을 표현하는 속어로 사용되던 단어. 그것이 지금은 의미가 확대되어 사치스러울 만큼 비싼 옷, 차, 집 등을 선호하는 현상 자체를 ‘Bling-Bling’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칙릿 Chick lit’은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그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그 세계에서는 뭐든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무엇이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가볍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재미없다는 비난을 받을 수는 없는 분명한 문학이다. 뻔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는 있지만, 분명히 식상하지는 않은 문학이다. 무엇보다 발랄함을 그리고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정수현의 <압구정 다이어리>를 며칠 전에 읽고 다시 그녀의 <블링블링>을 읽게 되었다. 이 책 역시 그녀의 대표적 칙릿이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세 명의 절친. 신지은, 윤서정, 그리고 나 정시현이다. 각각 명품 브랜드 PR매니저, 일어 학원 원장, 연애 칼럼니스트 등 각각 그럴듯한 직업을 갖고 있었고, 누구보다도 자신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스물아홉 그녀들은 각각 이혼의 문턱에 서있거나, 결혼을 앞두고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 받는다. 이제 조금 있으면 서른이 되는 그녀들은 서른이라는 도장을 찍기 전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아름답게 불태워보고자 한다. 그야말로 블링블링 크리스마스.




  불과 며칠 전에 <압구정 다이어리>를 읽은 탓에, 자꾸만 전작과 <블링블링>을 비교해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전의 그녀들보다는 좀 더 나이가 들고 성숙해 있었다. 철든 철부지라고나 할까. 그러나 역시 화려함만은 뒤지지 않았다. 더욱 럭셔리해지고 조금은 더 우아해졌다. 페이지가 모자랄 듯 보이는 어마어마한 명품 브랜드들의 향연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전작에서도 ‘내’가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이 되듯, <블링블링>에서도 ‘나’는 칼럼니스트다. 그녀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소재들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그녀의 칼럼에서는 칙릿답게 가십, 패션, 파티 등의 소재가 홍수를 이룬다. 아무리 ‘쿨’해지고자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쿨!’. 그 대신에 그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순수함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들의 우정과 연애, 그리고 사랑 속에서 비단 재미만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독자에 따라 각자에게 다가오는 감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도 무언가 와 닿았음은 분명하다.




  내게도 지은과 서정 같은 두 친구가 있다. 책 속의 그녀들만큼 우리가 화려하지는 물론 않을 수 있지만, 함께 하는 셋은 블링블링의 그녀들보다 무서울 게 없다. 아마 모든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일명 베스트 프렌드와 함께 하면 우울하던 마음도 싹 가시고, 경쾌하고 즐겁고 때로는 약간 ‘악 마 적’이기도 하다. 언젠가 나도, 그리고 내 친구들도 맞이하게 될 스물아홉은 아직은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분명히 이들보다 더 즐겁고 활기찰 거라고 상상해본다. 발랄하고 경쾌하게 시작된 칙릿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깊고 진실이 담긴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게 바로 진정한 칙릿이 아닐까 싶다.

 

 





        10대에는 모든 여자들이 아름답고,

       20대에는 아름다운 여자들이 아름답고,

       30대에는 특별한 여자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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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기억법
크리스티아네 슈탱거 지음, 김영옥 옮김 / 글로세움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책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유독 숫자에 약해 전화번호 몇 개도 외우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잘 기억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름을 잘 못 외우는 사람, 생김새를 잘 기억 못하는 사람 등 기억 못하는 종류도 가지가지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전화번호를 수십 개 아니 수백 개씩 외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역사적인 년도를 기가 막히게 잘 아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조금 특별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천재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티아네 슈탱거 역시 그 전적을 보면 그야말로 천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하다. 세계 청소년 기억력 대회에서 우승한 그녀는 이미 기억력 세계(?)에서는 유명인사다. 그런 그녀는 자신만의 기억법 기술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기억력 대회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기적의 기억력’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 부풀어 배움에 임했다.




  기억법에 관한 모든 것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기억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억력 훈련이 왜 필요한지를 알아야 한다. 무엇이든지 그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하려는 의지가 감소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기억력의 본질부터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좋은 기억력은 지식과 교육의 전제조건이다. 기억력 훈련의 필수 구성요소는 환상이라는 것인데, 새로운 상상의 그림을 만들고 결합시키는 인간 정신의 창조적 능력을 말한다. 기억력 훈련은 바로 이 환상을 자극하기 때문에 유용한 것이다. 그리고 창의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감각적 인지능력, 사회적 인지능력, 표현 능력이 강화되며 유연하고 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기억력 훈련은 시간 감각을 발달 시켜주기 때문에 시간 관리에 약한 사람에게는 필수조건이 되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데도 한몫을 한다. 의욕과 책임감, 자신감과 자의식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생각과 이해의 속도가 빨라지며 스트레스를 잘 다스릴 수 있어 기억력 훈련만으로도 삶에 필요한 것들은 모두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무해백익無害百益인 기억력 훈련을 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저자는 독자의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예시와 문제를 실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실용적인 방법까지 제시해 주고 있었다. 정말 많은 노력을 들였구나 하는 것을 저절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저자가 독일인인 탓에 글과 말이 달라 국어에 맞게 번역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 우선 자신의 기억력을 측정할 수 있는 테스트를 통해 어느 정도인가를 파악한 뒤, 저자가 이끄는 대로 훈련하고 연습하여 최종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요점이 되는 원리는 그림을 만들고 그 그림의 힘을 이용하는 것인데, 여기에 새로운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연결 지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이러한 기억법 원리는 이미 국내에서도 여러 매체를 통해 간단하게 소개된 바가 있기도 하며, 이미 기억력 향상 훈련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방법들을 좀 더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주고 있어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 실생활에까지 응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자기계발 뿐만 아니라, 실용서의 역할까지도 제대로 하고 있었다.




  한 가지 신기한 연구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런던 대학 신경학 연구팀의 조사였는데, 런던의 택시기사들의 ‘해마’가 타인보다 더 크다는 것이 밝혀진 사실이다. 이것은 바로 훈련의 효과로써 이 책을 읽는 독자 누구라도 노력과 연습을 통해 기억력에서만큼은 기적을 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력이 향상됨으로써 위에서 말했던 여러 효과들을 동시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 핸드폰에 의지하여 전화번호 따위를 외우는 데 시간낭비를 하지 않으려 하고, 모든 스케줄 따위를 전자기기 속에 담아두려 한다. 물론 편리를 위해 쓰는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나아가다가는 기억력 감퇴가 점점 빨리 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미 2년 전에 출간된 책이다. 오늘 당장에라도 조금씩 지금까지의 내 기억법을 바꾸어 효과적으로 기억력을 관리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서랍에 넣어두고 꺼내지 않는 물건들은 소용이 없듯, 기억 저편에 저장해두고 꺼내어보지 않는 것들 역시 쓸모없는 기억이 되어 버린다. 초단기기억과 단기기억, 장기기억을 잘 활용하여 나의 일상생활을 보다 만족스럽게 만들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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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태후
신용우 지음 / 산수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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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추의 한을 풉시다.”

  라는 효종의 말로 이 책은 시작하고 있었다. 제 작년에 <서태후>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책 속에 담긴 그녀는 대단한 여걸이자, 아름다운 여인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역사 속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는 아마 그 책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꽤나 인상적으로 기억 속에 남은 탓에 ‘역사 속의 여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서태후였다. 그리고 이 책 <천추태후>는 우리나라에도 중국의 서태후만한 사람이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천추태후>의 저자 신용우는 과거의 역사를 거울삼아 현재 우리민족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뜻에서 이 책을 펴냈다. 2002년에 모습을 드러낸 중국의 동북공정, 자기 영토 안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는 자기네의 것이라는,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논리이다. 그런 중국의 국가적 계획에 맞서, 우리는 천 년 전 천추태후가 거란과 손을 잡고 송을 물리치려 했듯이 우리도 북한과 힘을 합쳐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천추태후는 고려 경종의 아내였고 목종의 어머니였던 헌애왕후를 일컫는 말이다. 그녀가 말하는 천추의 한이란, 다름 아닌 고구려의 옛 영토를 찾아야 함을 말한다. 천추태후는 그렇게 고토를 회복하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다해 애를 썼으나, 역사는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꿈은 한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는 천추태후가 될 헌애가 태어나기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애의 할머니 신정왕후는 어느 날 비상한 꿈을 꾸고, 헌애의 두려운 미래를 감지하게 된다. 그렇게 태어난 헌애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오빠들과 동생과 함께 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라게 된다. 사냥을 좋아하던 아버지 왕욱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대신 자녀양육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왕욱이 오랜만에 사냥 길에 오른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차가운 그의 주검뿐이다. 눈을 감고도 말을 탈 수 있는 사냥터에서 어이없게도 말을 탄 채 낭떠러지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북방 호족 가문에서 위험한 인물로 꼽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던 왕욱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보다는 자식들의 안위를 생각했다. 왕실에서 어느 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선택인지를 판단하고 자식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택한 것이다. 칭송받아 마땅한 아버지의 자식 사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왕욱의 부성애에 참 가슴이 아프고 쓰렸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 시대의 왕가가 참으로 비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왕욱의 죽음 부분을 읽었을 때, 그의 깊은 생각을 헤아리지 못하고서 혼자서 타살이라고 단정 지었던 게 부끄러웠다.




  훌륭한 아버지의 가르침과 희생 때문에라도 헌애는 바르게 자라날 수밖에 없었다. 역시 헌애는 박학다식도 그렇지만 무예에도 뛰어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책 속에서 묘사된 그 미모도 아주 빼어나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경종의 현명한 비가 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정사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한 헌애는 아들 송이 목종으로 보위에 오르면서부터 천추태후라는 이름으로 고구려에 없어선 안 될 인물로 자리 잡는다. 유명한 서희와 소손녕의 담판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거란의 성종과도 담판을 짓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의남매를 맺기까지 하는 등 그야말로 그녀의 활약은 대단했다. 남자들의 의리도 이보다 더 대단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은 오직 단 하나의 목적, 바로 고려의 현재와 미래를 이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천추태후는 김치양과의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아야만 했고, 가슴에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 목종, 김치양, 김치양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그리고 자신마저 다 잃고 마는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천추태후의 곧은 의지와 바른 의도를 알기 때문에 더욱이 천추태후가 맞이하게 된 비극이 가슴 아프게 생각했을 것이다. 천추태후의 이야기는 왕가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반정 속의 희생자로 치부되어 역사 속에 깊이 묻혀버릴 수도 있었으나, 그녀의 국토를 향한 열망과 기개는 이를 용인하지 않았기에 비로소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세월은 기다리지 않고 흐른다.

       다만 지난 세월을 그리워하며 현재를 탓하는지,

       아니면 오는 세월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그에 맞게 인생을 설계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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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편지
신동근 외 지음 / 문이당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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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을 잃지 마세요.” 라며 그들이 한 데 입을 모았다.

  오십여 명의 사람들이 <<조선일보>>를 통해 저마다의 사연으로 쓴 이야기는 <희망편지>라는 이름으로 한 데 엮이어 책으로 탄생했다. 편지를 띄운 사람들 중에는 시인도 있었고, 소아마비 장애인도 있었으며 실업자도 있었다. 기업의 CEO에서부터 자살하려 했던 사람까지 아주 다양한 상황과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직접 그 주인공이 되었다.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희망을 배우게 된 이야기를 편지에 담기도 했고, 눈으로 한 경험으로 대신 배운 것들에 대한 성찰을 담기도 했다.




  책의 전반부에 실려 있었던 이야기 중 하나인데, 중국 교포 부부의 이야기가 특히 내 가슴을 저미게 만들었다. 인천공항, 가족과 떨어져 일을 하고 있는 남편을 보기 위해 아내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 가능성으로 인해 입국이 승인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던 아내. 바로 문만 열고 나가면 볼 수 있는 남편을 보지 못하고 유리벽을 사이에 두어야만 했던, 핸드폰으로 대화를 해야만 했던 가슴 아픈 부부의 이야기. 그들 부부의 아련하고 애절한 사랑은 쉰이 넘은 나이도 막지 못했다.




  비행기에서 울고 있는 소녀. 사연을 들어보니 외국으로 입양되는 아이란다. 그러나 소녀의 오빠는 양부모가 같이 입양하기를 꺼려 함께 갈 수 없었다고. 오빠와 떨어지려니 너무 슬퍼서 전날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그 어린 소녀가 오빠와 떨어져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으로 멀리 떠날 생각을 했다고 하니, 가슴이 먹먹했다. 어쩌면 평생 오빠를 만나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얼마나 두렵고 막막했을까.




  이 외에도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딸의 담담한 이야기, 불치병과 싸워 이겨낸 멋진 사례들, 칠전팔기의 정신을 보여주는 경험들 등 절망과 희망 사이의 많은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여기 나온 이들은 끝없이 떨어지기만 하는 고통의 나락 속에서 뜻밖의 아주 작은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하고 거기에 작은 위로를 받는다. 그 작은 위로는 희망에의 의지로 바뀌어 노력이란 것을 하게 만들어주고 그것을 시작으로 점차 절망으로부터 발버둥 치며 벗어난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 태어난 사람들은 보내는 이가 되어 희망 편지를 쓴다. 예전의 자신만큼, 혹은 자신보다 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바로 편지 받는 사람이 되고, 받는 이는 희망 편지로 인해 새로운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순환이 계속되어 절망에 갇힌 사람들이 닥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한다면 곧 세상은 밝은 빛으로만 가득 찰 것이다. 모두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사회, 생각만으로도 아름답고 예쁜 그림이 그려진다.




  이 책을 덮은 지금, 문득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 과연 나도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과연 내 편지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은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언젠가 나도 그렇게 될 날을 꿈꾸며 조금씩 나만의 내공을, 나만의 희망의 빛을 만들고 쌓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봉사는

       어찌 보면 하는 자에게 만족을 주는 일이다.

       내가 쉴 것을 쉬지 않고 남에게 바쳤다는 뿌듯함,

       휴식보다 더 귀한 시간을 보냈다는 마음의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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웍슬로 다이어리 - Walkslow's Diary
윤선민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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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친구를 기다리며 반디앤루니스에서 신간 코너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표지의 <웍슬로 다이어리>가 보였다. 처음엔 다이어리라고만 생각했는데, ‘당신만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라는 글귀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웍슬로’가 뭔가 하는 마음에 표지를 열어보니 ‘walk slow’란 뜻이란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거였구나.’하고. 때마침 친구가 와서 이 책을 더 구경할 시간이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사가지고 반디앤루니스를 나왔다.




  ‘웍슬로’라는 이름은 저자의 말마따나 문법에도 어긋나 있는 말이다. 문법을 생각한다면 ‘웍슬롤리’쯤. 그렇지만 책을 읽을수록 저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 ‘웍슬로’보다 더 적절한 단어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저자에 대해 아는 바가 아무것도 없었다. 책을 다 읽고 저자 소개를 통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홈페이지는 책에서 느낀 ‘웍슬로’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메인 화면에서부터 잔잔함과 여유 있음이 오롯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인기를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문득 작년에 읽었던 <무삭제판 이다 플레이>가 떠올랐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구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할 특별한 이야기들로만 다이어리가 쓰인 것은 아니다. 한 번 쯤은 보고 듣고 느껴보았을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웍슬로’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다이어리인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이렇게 쓸 수는 없는 그런 다이어리.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일상은 평범한 글자들로 <웍슬로 다이어리>에 쓰여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태어난 문장은 하나하나가 감성의 언어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공감할 수 있고, 일상적이면서도 소중한 것에 감사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내 생각이 좀 더 멋진 표현으로 포장되어 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표현들은 구질구질하게 뭔가가 덧붙어있다거나 장황한 글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그리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생각을 기울이는 웍슬로를 보면서 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분명히 방 안에서 조용히 책을 읽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다시 그 시간을 생각해보면 잔잔한 음악만이 떠오른다. 웍슬로 못지않게 나도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내 의지로 일기를 써오고 있다. 가끔 심심하거나 울적할 때면 노트를 꺼내어 본다. 그러면 그 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라 재미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그러나 내 일기장은 부끄럽게도 그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성찰하고 생각해야 할 거리들. 앞으로 나도 좀 더 세심한 부분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떠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 책 <웍슬로 다이어리>는 항상 가까이 두고 곱씹어 볼 만한 책이다. 내가 기쁠 때, 내가 괴로울 때, 그리고 내가 우울할 때, 각각의 때에 따라 내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다를 것이며 그 느낌도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멋진 인생이라는 것은

       늙어서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젊어서는 멋지게 늙을 준비만 하기에도 벅차다구.

       어린 것이 멋져서 어디에 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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