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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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당신의 낳은 아기가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혹은, 당신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노안으로 태어나 점점 동안이 되어가는 주인공의 일생이 그려져 있는 책이다. 이 책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현재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도 개봉되어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영화 속 주인공 ‘브래드 피트’의 연기에 힘입어 이 책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책을 보기 전 영화로 먼저 벤자민 버튼을 만나보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는 영화와 책을 오가며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된 것이다 보니 꽤 많은 부분에서 차이점이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보다 나이 든 노인아기로 태어난 벤자민 버튼은 출생의 순간부터 많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귀여운 아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주름이 쭈글쭈글 진 노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노인으로 태어난 벤자민 버튼에게는 모든 장난감도 그저 지루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아버지에게 맞춰주는 생활을 한다. 재미없어도 재미있는 척, 식상해도 언제나 새로운 척.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노인의 지혜와 아량을 갖춘 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점차 젊어지고 그러다 못해 어려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자신의 아들보다도 어려진 벤자민 버튼은 그토록 지루해했던 장난감들을 가까이하게 되고, 여느 아이들처럼 철이 없는 순간까지 변해간다. 다른 사람과는 거꾸로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벤자민 버튼의 파란만장한 모험과 그의 사랑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인생을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미 <위대한 개츠비>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이 책에는 그의 여러 단편들이 함께 실려 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역시 그렇지만, 다른 단편들의 제목 역시 매우 독특하다. <리츠 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라든지, <오 적갈색 머리카락의 마녀> 등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제목들이었다. 그리고 그 제목만큼이나 소재들 역시 각양각색에 흔치 않는 것들이어서 읽으면서 새로움을 실컷 맛볼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의 삶을 저자는 자신의 소재를 통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환상동화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유쾌하고 발랄한 로맨스를 읽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게 바로 글을 쓰는 사람만의 특권이 아닐까싶다. 자신의 상상을 종이 위에 맘껏 그려나갈 수 있고, 어떤 것도 그의 상상을 막을 수 없다.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무엇이든지 원하는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피츠제럴드의 단편들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작품 역시 그의 상상력이 더없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춤과 파티, 꿈과 낭만, 빛과 화려함이 가득했던 재즈 시대의 대표작가라고도 할 수 있는 피츠제럴드의 글을 통해 그 시대의 면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 피츠제럴드의 자기작품에 대한 짧은 언급도 만나볼 수 있으니,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그리고 상상이 가득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이 책을 즐거이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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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을 날아서
프랜시스 하딩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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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읽지 말라. 글을 쓰지도 말라. 그리고 글을 배우지도 말라.

  18세기 가상 영국의 혼란스러운 세상. 그리고 분열된 왕국, ‘조각난 왕국’ 속 모든 곳은 이렇게 글과 관련된 것이라면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배우는 것도 아주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게 금지된 세상 속에서도 꼭 한 명쯤은 이를 어기는 존재가 있게 마련이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한 소녀 모스카 마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몰래몰래 글을 배워온 소녀에게 이제는 그녀의 거위이자 친구인 ‘사라센’만이 남아있었다. 문자의 금지라는 풀어야만 하는 비밀 때문에 모스카 마이는 사라센과 함께 위험 길에 오른다.
  그리고 위험의 길에서 만난 시인이자 사기꾼 클렌트. 도무지 아군인지 적군인지 판단할 수 없는 공작의 여동생 레이디 타마린드.





  길드들의 세상이 된 그곳에서 출판업자 길드의 허가 없이 돌아다니는 인쇄물 때문에 비상이 걸린다. 출판업자들은 클렌트를 첩자로 고용하고, 모스카 마이는 클렌트의 비서로 일한다. 그리고 레이디 타마린드는 모스카에게 클렌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는 요청을 한다. 거미줄보다도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배신과 음모의 향연이 따로 없었다. 쉴 틈 없이 벌어지는 그런 상황 속에서 모스카 마이는 점점 알 수 없었다. 누구를 믿어야 하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하는지를 말이다. 누가 악당이고 누가 영웅인지를 말이다.




  귀여운 캐릭터 모스카 마이는 열두 살 소녀답게 정말로 천진난만하다. 때로는 너무 천진난만하여 천방지축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글에 대한,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한 열정과 열망으로 가득 차 있고, 영리하다. 책이 후반부로 갈수록 시간도 흐르고 흘러 이 책의 귀여운 소녀 모스카 마이도 함께 성장한다. 부모를 잃고 슬픔에만 빠져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모스카 마이는 그러지 않았다. 자신이 처한 어려운 현실은 금방 웃음으로 잊어버리려고 애썼고, 앞으로의 희망적인 면들만을 바라보려 했다. <깊은 밤을 날아서>는 상상과 판타지를 담고 있는 성장소설이다. 이리저리 끌려 다니기에 바쁘던 소녀가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스스로가 주도권을 갖고 직접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심지어 기특하게까지 보였다. 이렇게 점점 자라는 모스카 마이의 모험을 눈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함께 따라가는 것은 아주 재미있고 실감나는 일이었다.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바로 목차라고 할 수 있다. 목차에는 영어의 각 알파벳이 “A”, “B”, “C”, “D”...의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고, 그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로 구성되어 있었다. “A는 Arson”, “B는 Blackmail”처럼 말이다. 각각의 기발한 제목은 그 내용과 참 절묘하게도 맞아떨어져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읽기 전 그 내용을 떠올려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꿈이 깨어져서 그 조각들이 가슴을 찌를 때에야

       비로소 그녀는

       자신이 그 꿈에 얼마나 매달리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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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서툰 사람들
박광수 지음 / 갤리온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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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수 아저씨 말이 다 맞다. 나는 참 서툴다. 그리고 우리는 참 서툴다.

  이 세상 사람들 중에서 죽는 날까지 완벽을 이루고 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몇 년 전 어린 나이였음에도 <광수생각>은 내게 많은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듬직했던 인상이 특히 기억이 난다. 이미 <광수생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광수가 <참 서툰 사람들>을 통해 다시 찾아왔다. 그가 5년 만에 쓴 이 책은 카툰 에세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한글을 떼었다는 저자, 수능을 치루고 대학교 입학에 떨어져 재수를 했다는 저자, 결혼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 어린 시절 파출소도 모자라 다 커서도 9시 뉴스에 나와 봤다는 저자, 박광수는 말한다. 항상 자신은 백전백패, 패자였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미 마흔이 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다. 그러나 그제의 자신도 서툴렀고, 어제의 자신도 서툴렀으며, 오늘의 자신 역시 서툴다는 그의 고백은 소소하고 담백하게 다가왔다. 서툴다는 말은 절대 자랑거리가 아니며 듣기 좋은 말도 아니건만, 저자를 통해 만들어진 ‘서툴다.’라는 단어는 왜 이리 인간적이고 부드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의 글을 통해 비슷한 연배의 우리 아빠도, 그리고 엄마도 뭔가에 서투르다는 사실을, 서투를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더 인정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한 컷, 한 컷 사진들과 광수만의 그림, 그리고 그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글들. 그렇게 이 책은 우리들 앞으로 다가와 말을 건다. “좀 서툴면 어때? 너무 불안해하지 마. 서툴면 서툰 대로, 인생을 그리고 지금을 즐기면 되잖아?!”하고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나는 “그래? 그래, 좀 서툴러도 괜찮은 거겠지? 좀 천천히 가도 좀 실패하면서 지나가도 되는 거지?” 하고 지금의 나를 안심시키게 된다.




  모두를 위해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주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가 따뜻한 위로를 받는 것으로 저자는 위안을 받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가볍게 만화 읽는 재미로, 독특한 그림을 보는 재미로 이 책을 봤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은 그 때와는 또 다른 마음으로 이 책에 손이 가는 것 같다. 정이 든 그의 글귀들과 정이 든 광수생각을 이제는 내가 좀 더 차분해진 손으로 어루만져 본다.

 










         우체통이 빨간 것은

       그 안에 넣은

       내 편지들을 읽어서다.

       우체통은 내 편지를 읽고

       나만큼이나

       부끄러웠다 보다.

       얼굴이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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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 런던 - 순수한 열정으로 런던을 훔쳐버린 당찬 20인의 이야기
시주희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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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 책을 골라서 읽었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길이 없다. 단지 서점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오늘은 내 눈에 ‘런던’이라는 글자만이 들어왔던 것 같다.

  런던, 그곳에 가보기 전에는 런던의 로망에 대해 깊이 있게 공감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만 갖고 있을 뿐. 그러나 직접 다녀왔을 때의 느낌은 그야말로 막연함과는 천지차이였다. 직접 런던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공기를 마셔봤을 때에야 비로소 아, 런던이 이런 곳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책으로만 만날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어쩌면 그게 열망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런던에 가는 데에는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구는 몸과 마음을 쉬이기 위한 안식이 목적일 테고, 또 누구는 견문을 넓히기 위해 떠나기도 할 테고, 또 누군가에게는 공부를 위한 길일 수도 있고, 그리고 단순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그 목적에 따라서 가는 곳도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은 20인 각각의 런던에 대한 여행 에세이이다. 런던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스무 명과 런던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들은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각양각색이다. 저마다 유학기간도 다르고, 유학의 목적도 다르며, 꿈도 생활도 다르다. 저자는 그런 그들을 한 명씩 인터뷰하고 그것을 엮어 이 책을 만들어냈다. 책 역시 저자와 스무 명의 주인공들 각각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며 그래서, 더욱 그들의 꿈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른 나이에 스스로가 나아가야 할 길을 당당히 찾아 나선 이들도 있고, 다소 늦은 감이 있어 보이는 데도 용기를 내어 유학길에 오른 이들도 있었다. 런던에 온지 6개월이 되었든 8년이 되었든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정한 길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결정한 것을 두고 망설이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데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바로 풍부한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을 통해 런던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으며,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이 사진 속에 고이 담겨 있었다.




  책 한 권으로 스무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과 원대한 꿈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흥미로웠다. 꾸밈없는 그들의 솔직함에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꿈을 향한 길을 즐기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얼마나 지금을 행복해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세계는 넓고 넓다. 한 나라 안에만 갇혀서 세계를 둘러보지 않는 것은 한 번 뿐인 인생을 너무 쉬이 두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회가 있을 때면 세계를 돌아다니고 세상을 구경하고 바라보는 것이 어떤 것보다도 값진 경험이고 배움이 아닐까. 일생동안 세계 각국을 돌아 볼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행복일 것 같고 단지 그 사실만으로도 죽기 전 미소를 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그곳, 런던. 내가 미처 느끼고 보지 못한 것을 위해 다시 가보고 싶다.










         오늘도 세상 사람들은...

       열정이라는 배낭을 메고...

       하나둘씩 이곳에 모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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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블링 - 쇼핑보다 반짝이는 청담동 연애이야기
정수현 지음 / 링거스그룹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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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링블링. 반짝반짝.

  그리고 또 블링블링. 다이아몬드, 금, 보석 등의 사치스러움을 표현하는 속어로 사용되던 단어. 그것이 지금은 의미가 확대되어 사치스러울 만큼 비싼 옷, 차, 집 등을 선호하는 현상 자체를 ‘Bling-Bling’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칙릿 Chick lit’은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그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그 세계에서는 뭐든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무엇이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가볍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재미없다는 비난을 받을 수는 없는 분명한 문학이다. 뻔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는 있지만, 분명히 식상하지는 않은 문학이다. 무엇보다 발랄함을 그리고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정수현의 <압구정 다이어리>를 며칠 전에 읽고 다시 그녀의 <블링블링>을 읽게 되었다. 이 책 역시 그녀의 대표적 칙릿이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세 명의 절친. 신지은, 윤서정, 그리고 나 정시현이다. 각각 명품 브랜드 PR매니저, 일어 학원 원장, 연애 칼럼니스트 등 각각 그럴듯한 직업을 갖고 있었고, 누구보다도 자신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스물아홉 그녀들은 각각 이혼의 문턱에 서있거나, 결혼을 앞두고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 받는다. 이제 조금 있으면 서른이 되는 그녀들은 서른이라는 도장을 찍기 전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아름답게 불태워보고자 한다. 그야말로 블링블링 크리스마스.




  불과 며칠 전에 <압구정 다이어리>를 읽은 탓에, 자꾸만 전작과 <블링블링>을 비교해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전의 그녀들보다는 좀 더 나이가 들고 성숙해 있었다. 철든 철부지라고나 할까. 그러나 역시 화려함만은 뒤지지 않았다. 더욱 럭셔리해지고 조금은 더 우아해졌다. 페이지가 모자랄 듯 보이는 어마어마한 명품 브랜드들의 향연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전작에서도 ‘내’가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이 되듯, <블링블링>에서도 ‘나’는 칼럼니스트다. 그녀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소재들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그녀의 칼럼에서는 칙릿답게 가십, 패션, 파티 등의 소재가 홍수를 이룬다. 아무리 ‘쿨’해지고자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쿨!’. 그 대신에 그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순수함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들의 우정과 연애, 그리고 사랑 속에서 비단 재미만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독자에 따라 각자에게 다가오는 감정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도 무언가 와 닿았음은 분명하다.




  내게도 지은과 서정 같은 두 친구가 있다. 책 속의 그녀들만큼 우리가 화려하지는 물론 않을 수 있지만, 함께 하는 셋은 블링블링의 그녀들보다 무서울 게 없다. 아마 모든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일명 베스트 프렌드와 함께 하면 우울하던 마음도 싹 가시고, 경쾌하고 즐겁고 때로는 약간 ‘악 마 적’이기도 하다. 언젠가 나도, 그리고 내 친구들도 맞이하게 될 스물아홉은 아직은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분명히 이들보다 더 즐겁고 활기찰 거라고 상상해본다. 발랄하고 경쾌하게 시작된 칙릿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깊고 진실이 담긴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게 바로 진정한 칙릿이 아닐까 싶다.

 

 





        10대에는 모든 여자들이 아름답고,

       20대에는 아름다운 여자들이 아름답고,

       30대에는 특별한 여자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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