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서툰 사람들
박광수 지음 / 갤리온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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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수 아저씨 말이 다 맞다. 나는 참 서툴다. 그리고 우리는 참 서툴다.

  이 세상 사람들 중에서 죽는 날까지 완벽을 이루고 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몇 년 전 어린 나이였음에도 <광수생각>은 내게 많은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듬직했던 인상이 특히 기억이 난다. 이미 <광수생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광수가 <참 서툰 사람들>을 통해 다시 찾아왔다. 그가 5년 만에 쓴 이 책은 카툰 에세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한글을 떼었다는 저자, 수능을 치루고 대학교 입학에 떨어져 재수를 했다는 저자, 결혼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 어린 시절 파출소도 모자라 다 커서도 9시 뉴스에 나와 봤다는 저자, 박광수는 말한다. 항상 자신은 백전백패, 패자였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미 마흔이 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다. 그러나 그제의 자신도 서툴렀고, 어제의 자신도 서툴렀으며, 오늘의 자신 역시 서툴다는 그의 고백은 소소하고 담백하게 다가왔다. 서툴다는 말은 절대 자랑거리가 아니며 듣기 좋은 말도 아니건만, 저자를 통해 만들어진 ‘서툴다.’라는 단어는 왜 이리 인간적이고 부드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의 글을 통해 비슷한 연배의 우리 아빠도, 그리고 엄마도 뭔가에 서투르다는 사실을, 서투를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더 인정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한 컷, 한 컷 사진들과 광수만의 그림, 그리고 그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글들. 그렇게 이 책은 우리들 앞으로 다가와 말을 건다. “좀 서툴면 어때? 너무 불안해하지 마. 서툴면 서툰 대로, 인생을 그리고 지금을 즐기면 되잖아?!”하고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나는 “그래? 그래, 좀 서툴러도 괜찮은 거겠지? 좀 천천히 가도 좀 실패하면서 지나가도 되는 거지?” 하고 지금의 나를 안심시키게 된다.




  모두를 위해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주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가 따뜻한 위로를 받는 것으로 저자는 위안을 받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가볍게 만화 읽는 재미로, 독특한 그림을 보는 재미로 이 책을 봤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은 그 때와는 또 다른 마음으로 이 책에 손이 가는 것 같다. 정이 든 그의 글귀들과 정이 든 광수생각을 이제는 내가 좀 더 차분해진 손으로 어루만져 본다.

 










         우체통이 빨간 것은

       그 안에 넣은

       내 편지들을 읽어서다.

       우체통은 내 편지를 읽고

       나만큼이나

       부끄러웠다 보다.

       얼굴이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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