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읽는 중국 역사이야기 1 - 춘추시대
박덕규 지음 / 일송북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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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다니면서든, 혹은 한자를 공부할 때든, 우리는 쉽게 고사성어를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고사성어의 유래까지 살펴보게 되면, 바로 중국의 역사로부터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으며 그 이야기들은 매우 흥미롭다.




  이 책은 총 14권의 시리즈로 되어 있다. 권수로만 보면 많은 양이지만, 한 권 한 권의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아 읽기 전부터 부담을 가질 정도는 아니다. 이 책의 저자, 박덕규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 역사를 왜곡시키는 이야기를 만들어 책 속에 담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른 역사서들보다도 우리에게 쉽게 중국의 역사를 전달해 주고자하는 노력이 엿보였다. 소설가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는, 우리가 역사를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방법대로 이 책을 풀어냈다. 그는 중국의 전체 역사를 각 왕조별로 크게 나누었다. 그리고 그 왕조의 시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적인 사실들과 중요한 인물들을 이야기로 전달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각 권은 춘추시대, 전국시대, 서한시대, 동한시대, 삼국시대, 서진과 동진, 남북조시대, 수나라 당나라, 북송과 요나라, 남송과 금나라, 원나라, 명나라 두 권, 그리고 청나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제대로 알기 어려운데, 다른 나라의 역사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그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중국을 향한 관심도 역시 그에 따라 높아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과거의 우리나라 역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도 중국의 역사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중국의 역사도 그 시대가 꽤나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적어도 이 책은 어려움이라는 부분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점에 다른 역사서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공부하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그 효과는 별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중국의 역사에 대해 이해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접한다면, 그 목적은 달성하리라고 본다. 이 책 1권은 서주의 유왕시대부터 시작하는 춘추시대를 다루고 있으며, 그 안에서 24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속에 이미 한 번씩들은 들어보았음직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두께에서도 느껴지듯이 춘추시대의 모든 것을 담고 있을 수는 없다. 다만 춘추시대의 배경과 흐름, 분위기 등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고, 그것만으로도 한 시대의 역사를 두루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책에 ‘온 가족이 읽는’ 책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중국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책으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읽기 쉽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저자는 독자가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최대한 역사를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첫 장부터 ‘미인의 웃음 한번이 역사를 바꾸다’는 제목으로 시작해 역사적인 사건들을 이야기로 잘 포장하여 그려냈다. 그리고 그의 의도대로 독자들은 그를 따라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에도 언급했던 고사성어 이야기들도 많이 드러나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었다. 관포지교나 순망치한, 와신상담, 토사구팽 등의 고사성어가 그 유래와 함께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알아야 할 지식이라면 이왕이면 재미있게 배우는 것이 일석이조가 아닐까. 이 책은 바로 일석이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재미도 있고 더불어 역사의 흐름도 알 수 있게 되니까 말이다.




  나이, 성별, 학력 등을 모두 무시하고 누구나 가까이 두고서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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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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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패닉 상태. 그리고 오소소 소름이 돋는 느낌.

  지금 나는 혼란스러운 상태 속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책을 덮자마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연속으로 두 번을 읽은 책은 <이니시에이션 러브>, 바로 이 책이 처음이다.




  80년대 우리의 인생 선배들의 사랑방식은 어땠을까, 하는 단순한 궁금증만을 안고 이 책을 펼쳤던 것 자체가 지금은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단순함만을 가지고서는 이 책을 온전히 읽을 수도, 완벽히 표현할 수도 없다. 책의 표지, 작가의 소개를 통해서 저자가 만들어내는 복선이 대단하다는 것은 염두에 두었지만, 이렇게 치밀하고 섬세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책을 두고 미스터리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처음에 읽을 때는 연애 소설로만 느껴진다. 인생의 반려자 같은 사람을 만나고,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가 진정한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승전결을 담은 이야기처럼. 그들의 사랑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물리적인 거리를 이기지 못한 ‘바람’과 죄책감 등을 풀어놓은 것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안경 대신 렌즈를 끼고, 세련된 옷을 사고, 면허를 따는 스즈키를 보면서 정말 사랑을 하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그렇게 스즈키라는 인물을 등장시키고는 독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끌고 싶은 대로 이끌었다. 그리고 나는 주저 없이,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 그 이끌림에 따랐던 것 같다. 책을 다 읽었을 때에야 볼 수 있는 해설을 읽고 한 번 뒤통수를 맞는다. 그러고는 마음을 가다듬고 책읽기를 다시 시작한다. 이때는 모든 것에 온 감각을 곤두세우고 최고로 집중하게 된다. 마치 뭐라도 찾아내겠다는 생각으로 읽게 되는 것 같다. 만약 ‘해설’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나는 한 명의 독자로서 그냥 내 맘대로 책을 읽고 연애소설이라는 결론을 역시 내 맘대로 내렸을 것이다.




  책이라는 것이, 같은 책이더라도 읽을 때마다 상황에 따라, 나이에 따라 느껴지는 감상이 조금씩은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니시에이션 러브>는 읽을 때마다 모든 것의 의미가 변하는 보기 드문 책이다. 그렇게 책 속에서 등장인물이 내뱉는 하나하나의 단어와 문장들, 구석구석에 놓여있는 자그마한 소품들, 모든 게 그냥 쓰인 것이 없었다. 이들은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 위한 장식품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매번 새로운 의미를 갖고 달라진다. 저자의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도를 갖고 썼을 테니까.







  한편으로는, 사랑에 통과 의례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꼈다. 인생이란 예측 불가능한 사태의 태피스트리이기 때문에 인생은 작은 것 하나도 어떤 것이든 결정된 것은 없다는 사실은 이 책이 LP레코드의 A면과 B면이라는 트릭을 담고 있는 구성을 통해 잘 담겨져 있었고, 다시 한 번 읽음으로써 잘 전달받을 수 있었다. 또 하나, 세 개비의 담배를 재로 만들었다는 책 속 표현처럼 어쩌면 평범하지 않아 보이는 말들이 참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있었다.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접 이 책을 읽고 느껴보지 않고서는 모를 감정들을 만나보게 되었다. 읽는 데 오래 걸리는 책도 아니기 때문에 두 번 읽는 것도, 그리고 세 번을 읽는 것도 부담이 되지 않는 책이었고, 오히려 더 읽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절대 ‘해설’부터 보지 말 것.



















         처음 연애를 할 때는 누구나 그 사랑이 절대적이라 믿는다고.

       절대라는 말을 쓴다고.

       그렇지만 인간에게는- 이 세상에는 절대란 건 없다고.

       언젠가 알게 될 때가 올 거라고.

       그것을 알게 되면 비로소 어른이라고 해도 좋다고.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연애를

       그는 이니시에이션 Initiation 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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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비파 레몬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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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 명이나 되는 여인들이 등장해 그녀들만의 일상을 공개한다. <장미 비파 레몬>을 통해서.




  일본 소설을 읽어도 일본인 이름에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는 통에 아홉 명의 여인들을 포함해 그녀들의 남편들, 남자친구들, 이웃들의 이름까지 열 명이 훌쩍 넘는 인물들을 머릿속에서 구분 짓고 알아두려니 책읽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평범한 가정주부인 도우코, 미치코, 아야, 잡지 편집회사에서 일하는 레이코, 아담한 꽃집을 운영하는 에미코, 회사원 마리에, 소우코, 모델 에리, 학생인 사쿠라코 등 이렇게 9명의 여성들은 각각의 지위와 역할에서 타인들과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때로는 끊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의 인연은 알게 모르게 얽히고설켜 꽤나 복잡하다. 바람이라고, 혹은 외도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감정, 사랑하는 이를 두고 다른 이로부터 새로운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을, 에쿠니 가오리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담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녀들의 일상은 평범하다면 아주 평범하면서도 독특하다면 정말 독특하다. 겉으로는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는 그녀들의 일상은 크게 부족할 것도 없고 크게 불만족스러운 것도 없지만, 뭔지 모를 것에 쓸쓸해하기도 하고 한숨짓는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서로의 이야기를 넘나든다. 뚜렷한 경계 없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오가며 전개되고 있었다. 처음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런 전개는 책을 읽어나갈수록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녀들 덕분에 우리가 너무 행복을 좇아가려고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혼은 무조건 행복해야만 한다고, 사랑 역시 늘 행복으로 귀결되어야한다고 말이다. 물론 온전히 맞는 말일 테지만, 어느 날 만약 행복해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며 걱정하며 사는 것 같다. 그런 걱정들을 안고 살면서 우리가 오히려 행복을 온몸으로 밀어내는 것은 아닐까.




  타인과 자신 사이에 놓인 어둠이 무엇인지 모색하기가 귀찮아지면 이미 때는 늦어버리는 것처럼 평균적으로 두루두루, 대충, 그런 걸 하니까 연애를 못하는 거라는 말, 일리 있는 말이다. 아주 작은 소소한 일상들, 감정이라는 것을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가는 일상들이 에쿠니 가오리를 통해서, 그리고 <장미 비파 레몬>이라는 이름을 빌어, 하나하나 의미를 갖고 특별하게 새로이 태어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이 책의 제목, 어떤 의미일까?

  장미, 아름답고, 레몬, 상큼하고, 비파, 달콤한데,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고, 상큼하지만 많으면 좋지 않고, 달콤하지만 온도를 조절해주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죽기도 하는, 뭐 그런 것? 잘 모르겠다. 어차피 책은 읽는 사람 마음이니까, 라는 무책임한 생각도 해본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는

       오래도록 함께한 사람을

       가장 사랑했다고 생각하게 되겠지,

       아마.




       연기 때문에 매워하는 그 얼굴도 정말 좋아요,

       나 절대 기억할거야.

       절대 기억해?

       응. 절대 잊지 않을 거란 뜻. 간직한다는 뜻. 사진 찍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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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 씨의 실천하는 하루 - 하루하루 실천하는 7가지 위대한 결단!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하윤숙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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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실천이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읽은 지 몇 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 책 <폰더 씨의 실천하는 하루>가 새롭게 다가왔다. 책의 초반부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의 저자 앤디 앤드루스는 <폰더 씨의 실천하는 하루>를 통해 개인의 성공을 결정하는 7가지 결단을 자기 것으로 익히도록 돕고자 했다.




  그의 전작에서 폰더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데도 솟아날 구멍하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할 그런 상황에서 극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을 만난다. 그럼으로써 그 자신 역시 희망을 품게 되고, 이를 읽는 독자들 역시 희망이라는 작은 불꽃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주위에서 위대한 사람들을 좀 더 자유롭게, 그리고 좀 더 가까이 만날 수 있게 된다. 앤디 앤드루스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그리고 함께 할 독자들의 성공을 위해 모든 영역에서 성공 사례들을 끌어 모았다. 그의 인맥이라는 것에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작업에 성별이나 나이, 시대나 장소 따위는 전혀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각각에서 ‘성공’이라는 키워드를 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곱 가지의 열쇠를 제시한다. ‘위대한 하루’를 통해서 우리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면, ‘실천하는 하루’에서는 우리에게 희망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지를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있었다. 바로 일곱 가지 결단이다. 결단이라는 말은 결정적인 판단을 하거나 단정을 내림을 뜻한다.




  책임지는 결단,

  지혜를 구하는 결단,

  행동하는 결단,

  확신에 찬 결단,

  기쁨 가득한 결단,

  연민 가득한 결단,

  끈기 있는 결단




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결단들은 이렇게 주제어로만 봤을 때는 조금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색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길을 사례들과 함께 따라가며 책을 읽어나가면 각각의 결단이 뜻하는 것들을 깨닫게 되고, 그 하나하나를 가슴 속에 새기게 된다. 반복되는 저자의 가르침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머릿속에 입력되었고, 그를 따라 나도 매일 매일을 실천하는 하루로 만들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이들은 하나가 다른 하나로, 그리고 또 다른 하나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모든 지금까지의 변명하는 습관에서부터 멀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일일드라마에서도 사악한 캐릭터의 여주인공은 항상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기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습관은 항상 더 나쁜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상황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만든 상황이며, 따라서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탓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곤 한다. 당장은 그로 인해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으나, 이는 당장의 편의를 위해 미래의 변화를 포기하는 것과도 같다. 이제는 모든 것을 스스로에게 돌리고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실패는 성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관문과도 같은 것이라고 저자 역시 말하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여 회피하기 시작한다면, 그와 함께 희망이라는 불씨도 꺼져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나도 나만의 개인 이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었다. 올해를 기록할 내 다이어리의 마지막 장은 일 년을 후회 없이 보냈다는, 늘 실천해온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기분 좋은 돌아봄의 일기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내 앞에 놓인 문제들은

       똑바로 대면할 때 오히려 더 작아진다.

       엉겅퀴를

       조심스레 만지면 손이 찔리지만,

       대담하게 힘주어 움켜쥐면 산산이 부서져 먼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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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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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그것도 불쑥, 인생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그렇게 들어온 사람은 이전까지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든 바꾸어버린다. 그리고 그 방향은 좋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책에서의 한나가 바로 미하엘의 인생에 불현듯 찾아온다. 열다섯, 어리고 순수한 나이, 미하엘은 간염을 앓고 있었다. 그리고 서른여섯 살, 그녀 한나가 다가와 구토를 하고 있던 미하엘을 도와준다. 그렇게 둘은 우연히, 어쩌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자신을 도와준 한나에게 미하엘은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도와준 데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아니었고, 엄마나 아빠를 사랑하는 것과도 다른 감정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감정은 한나를 향한 미하엘의 마음을 맹목적으로 만들어버렸다. 수업도 가고 싶지 않을 만큼, 가족과의 식사 약속을 물리고 싶을 만큼 말이다. 이 책은 <더 리더>를 통해 미하엘의 눈과 마음으로 본 것이 우리에게 전해진다.




  엄마가 될 수도 있을 스물한 살이라는 나이 차 속에서 미하엘은 그렇게 한나를 사랑하고 한나 역시 애정 어린 마음으로 미하엘을 받아준다. 그리고 그 사랑은 육체적인 관계까지 나아간다. 사랑을 나누기 전, 언제나 한나가 미하엘에게 바라왔던 책 읽어주기는 모든 것을 떠나서 정말 낭만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보통의 연인들과는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단순히 나이 차 때문도 만나는 방식 때문도 아니었다. 한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미하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뭔가가 위태위태하게 그들 사이에 거리를, 벽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비정상적인 소통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아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없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조마조마해지고 불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불안함은 한나가 어느 날 불현듯 자취를 감추어버리는 것으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미하엘도, 그리고 나도 많이 놀랐다.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남아있는 사람의 삶에 예기치 못한 빈 공간을 만들어버리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남겨진 미하엘은 이유조차 모르는 한나의 사라짐에 원망과 동시에 답답함을 느꼈다. 여기에서는 스물 아니 서른의 나이 차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못한다. 한 여자 한나와 한 남자 미하엘 사이의 관계만이 중심에 우뚝 설 뿐이다.




  그렇게 사라진 한나를 미하엘은 계속해서 잊지 않고 가슴에 품는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새 말이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어린 시절의 사랑은 미하엘을 좀 더 빨리 성숙시켜 그의 인간관계에는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을지 몰라도, 다른 사랑을 하기에는 뭔가가 부족하다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미하엘은 자신의 결혼생활을 지키지 못한다. 그때까지도 가슴 속에서 미하엘은 한나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만나고 있었다. 죄책감인지 원망인지 모를, 그리움인지 사랑인지 모를 감정이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그는 이제는 그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책 읽어주는 남자가 된다.




  이 책 속에서 우리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정치적인 갈등의 양상이라든지 철학적인 사유의 길을 찾을 수도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전후 독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소통의 부재라는 것이 불러내는 결과가 어떤 것인지,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으며, 죄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든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진정으로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속속들이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러나 적나라하지는 않게 잘 조율하여 묘사하는 것 같다. 법대 교수이면서 판사로,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1987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여럿의 작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인상적인 작가를 만나는 것은 독자로서는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보게 할 계기를 만들어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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