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에 빠진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뜻밖의 미스터리
치우커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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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을 뒤흔든 뜻밖의 미스터리. 부제는 두려움을 안고 책을 읽기에 충분했다.

 중학교 때부터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든 게 바로 세계사였다. 우리나라 역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왜 세계사를 배워야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외우기에 급급했었다. 당연히 흥미를 느낄 수도 없었고, 그렇게 점점 세계사는 내게서 멀어져갔다.

 지금.

 세계사에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다. 관심만이다. 도통 세계사는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으려 하지를 않는다. 딱딱하고 어려우며, 헷갈리는 건 일도 아니다.

 <의문에 빠진 세계사>를 읽기 전,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또 했다. 딱딱하기만 하는 그런 역사서와는 다르겠지. 뭔가 세계사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흥밋거리를 줄만한 책이겠지, 라고 말이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장은 고대와 중세, 근대와 현대, 그리고 세계의 현대사를 주제로 하고 있고, 그 속에서 다시 세부적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작가의 관점에서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편집한 모양이었다. 우선 세계 곳곳의, 각 시대의 유물 사진들과 그림, 지도들이 삽입되어 생생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덕분에 읽는 데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렇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이 연결고리 없이 너무 단편적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리고 미스터리에 대해 속 시원히 풀어주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이런 미스터리가 있다더라, 하는 정리에 가까운 편집 정도로 느껴져서 그것도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물론, 이 책으로 세계사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내 욕심일 수 있다. 어마어마한 양의 역사를 책 한권으로 해결해보려고 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이 책의 저자 역시 나 이상으로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다양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자 했던 것 같은데, 그 점에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깊이 있는 지식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두터운 배경지식을 갖고 있었더라면 맞장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술술 읽을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의문이 아닌 단순한 역사적인 사실만을 알려준 것도 있어 처음 저자의 의도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에 세계의 미스터리에 대한 다른 작가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겹치는 것도 있어 반갑기도 했지만, 식상하다는 느낌도 좀 받았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언급했듯이, 역사는 선택인 것 같다.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 직접 확인해 볼 수는 없는 일이기에, 스스로가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역사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도 언젠가는 후세 사람들에 의해 과거가 되고 역사가 될텐데, 그들 역시 우리의 삶을 두고, 이 시대의 사건을 두고 실제와는 다르게 판단하거나 심지어 그것을 역사로 믿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역사왜곡이라는 말도 생겨나게 되었을 것이다. 아주 확실하지 않는 한 역사를 함부로 규정짓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이 책을 통해 좀 더 세계사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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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테크 천재들 - 위기를 피하고 기회를 포착한
여운봉.양찬일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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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나 빌게이츠를 꿈꾸지 않을까?

 누구나 백만장자, 억만장자가 되고 싶지 않을까? 나는 되고 싶다.

 그렇게 부자를 꿈꾸면서도 재테크 공부를 했다던가, 재테크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적조차도 없다. 그냥 막연히, 부자가 되어야지. 로또나 해볼까.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서, 누군가 알아서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겠지, 혹은 저절로 내가 부자가 될 거라고만 믿고 있었나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주식이니 펀드니, 그런 데 잘못 투자해서 내 손에 있던 돈마저 잃느니, 은행에 저축이나 열심히 하면 되지 뭐, 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를 하고 있었다. 재테크를 요행이라 생각했으니..,

 이 책은 빌게이츠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다만, 이렇게 나처럼 한심한 궁리나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부자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을 갖도록 조언과 충고를 해주고 있다. 그 첫 발판을 디딜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고 하면 적절할 것 같다.

 <한국의 재테크 천재들>

 이 책은 재테크에서만큼은 ‘천재’인 사람들의 말을 빌려 어떻게 해야 재테크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지, 뭘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등을 폭넓게 가르쳐주면서, 재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읽는 사람들 모두에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부자가 되어야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IDC 등, 신뢰성 있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다. 그리고 여러 부자들의 유형을 제시하고 철학자들의 말까지도 인용하고 있다.

 각종 경제용어들도 나름대로 풀어 설명을 해주고, 계산하는 방법들도 가르쳐주고 있다. 리츠, ABS. 다우존스지수 등. 하지만 경제엔 영 잠방이인 내게는 별세계 얘기로만 느껴졌다. 또 저자는, 앞으로 10년은 오피스 빌딩이 뜰 것이라고 미래 경제를 예측도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재테크 투자가 단순히 주식이나 펀드, 부동산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술품이나, 화폐, 난, 와인, 심지어는 적송도 투자 가치가 있는 거란다. 적송은 한 그루 당 도매가가 최소 1억원이라고 하니 읽는 순간 입이 딱 벌어졌다.  

 

 제목 참 잘 지은 것 같다. 수많은 ‘재테크 천재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독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 같다. 세계적인 부자들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안에서만 보더라도, 부자라고 하면 대기업의 누구라고, 이름만 대면 아는 그런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다. 이 책 속의 ‘천재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순수하게 재테크로 부자의 대열에 오른 사람들이었다. 

 부자도 말로만으로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도 끊임없이 머리를 싸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간을 쪼개고, 정보를 찾아 헤매고, 인맥을 쌓고, 그들 나름대로의 절약을 하면서 부자가 된 것이다. 물론, 부모를 잘 둔 덕에 호의호식하는 부자들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뭐든 쉽게 되는 것은 없었다. 더구나 그들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기사가 항시 대기 중인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말에 놀랐다. 그럼 드라마나 영화 속의 부자들은 모두 허영덩어리란 건가? 알 수 없다.

 

 일리노이대 심리학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생각으로는 돈이 없어 ‘궁상’을 떠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있어 여유를 부리면서 사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

 

  부자들은 투자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소비한다, 
  백만장자들은 저축하고 난 뒤에 남는 것을 쓰지, 
  쓰고 난 뒤에 남는 것을 저축하지 않는다. 
  이것이 그들만의 성공비결이다. 
                - 프랭크 뮤리엘 뉴먼 -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그 어떤 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미래를 바라보는 부자 마인드다. 
  걷거나 뛰면서 넘어지는 것이 낫다. 
  넘어지면 조금 아플지라도 다시 일어나 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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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 베케이션
아오야마 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새드 베케이션>

 이 작품이 영화로도 개봉했다는 사실은 몰랐다. 이런 제목의 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 서점에서 우연히, ‘신간 일본 소설’ 코너를 그냥 지나치려는데, 묘하면서도 무거워 보이는 표지가 내 눈길을 끌었다. 한 번 읽어 보라고 말하는 것처럼. 한마디로 계획에 없던 책을 사고 말았다. 예전에는 서점에 가면 그냥 표지가 예쁘거나, 제목이 맘에 드는 것 위주로 책을 골랐었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새로 나온 책들이 있는지도 미리 좀 보고, 베스트셀러도 보고,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들은 어떤 건가도 좀 보고나서 서점엘 가 그런 책 위주로 사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처음 보는 책을 집어 드는 낯선 기분이 참 묘하게 좋았다.

 사진 속의 평범하면서도 묘한 분위기와, 제목의 슬프면서도 묵직한 느낌에, 과연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일본 소설이라면, 아무리 유명한 작가의 책이더라도 어지간해서는 안 읽으려고 했었다. 나름대로 내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그런데 요즘 들어, 조금씩 일본 소설에 마음이 열리고 있는 것 같다.

 엄마와 아빠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행복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어떤 이유로건 헤어진 가족의 마음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걸까?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더라도 그들만큼의 상처를 안을 수는 없으니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할 것 같다.

 이 책은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엄마를 향해 끝없는 복수심을 키우며 자라온 시라이시 겐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젊었을 때 남편의 외도를 참지 못하고 아이를 놓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치요코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운송회사에 모여 일하고 있는 부랑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엔, 너무 복잡하고 어두운 사건들이 무질서하게 나열되어, 그것을 회상하는 겐지도, 그리고 그 회상을 읽고 있는 나도 힘이 들었다. 겐지는 밑도 끝도 없이, 과거를 돌아본다. 그러다 겨우 현재로 돌아오고, 사에코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나서야 겨우 <새드 베케이션>의 이야기도 흐름이 잡힌다. 핏줄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는 겐지는, 피가 섞이지 않은 장애아 유리와 중국인 고아 아츈에게 애정을 느끼고 살갑게는 아니더라도 따뜻하게 대해준다. 그러면서 겐지는 그만의 가정을 꾸려나간다. 그리고 이제는 사랑하는 여인 사에코까지 함께 말이다.

 세상에 우연은 정말 없는 걸까. 모두 인연이기 때문에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는 걸까. 그토록 증오하던 어머니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둘은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너무나 잘 살고 있는 어머니, 치요코. 그녀를 보고 겐지는 더없는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어머니의 거의 강제적인 권유로 겐지의 식구들과 치요코의 식구들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틈틈이 복수를 엿보는 겐지에게 마침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그것은 결국 자기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도 같았다. 이야기는 다시 복잡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말 그대로 인연의 연쇄였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어머니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이냔 말이다. 어머니는 아픔 속에서도 절대 무너지지 않고, 모두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웃어 보이고 다시 일어선다.

 

 <새드 베케이션>을 통해 작가는 모자간의 갈등을 그리면서 그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 읽어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으면서도 곳곳에 퍼져 있는 모성이라는 것. 과연 이 소설의 결말은 용서일까, 아니면 다시 시작되는 싸움일까. 끝없는 의문을 남기고 소설은 끝을 맺는다. 과연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추측일 뿐이지만, 나도 ‘어머니’가 되면 정답을 찾을 수 있겠지.


  사람은 누구나 혼자서 태어나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누구나가 원래부터 고아이고, 
  그 뒤의 생은 모조리 평생 
  단 한 번의 만남인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부모나 자식에게조차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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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
필립 베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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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제 볼을 쓰다듬던 부드러운 태양도, 
 찬란한 빛도, 
 가볍게 흔들리던 나무도 끝이다. 
 넘어설 수 없는 암흑, 절대 암흑만이 남았다.

 이미 죽은 사람인 루카의 말로 시작되는 이야기. 어라?! 죽은 사람이 소설을 쓰고 있잖아?! 이런 전개는 새로 접하기도 했지만, 참 독특했다.

 강물에 빠져 죽은 루카. 그리고 그의 약혼녀 안나. 그리고 그의 연인 레오. 루카의 죽음을 둘러싼 이 세 사람의 이야기가 <이런 사랑>이다. 자신의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정말 사소한 일인 듯 대하는 루카 때문에, 처음에는 루카가 정말 죽은 게 아니라 죽었을 때의 일을 상상하면서 쓴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가슴아파하며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안나와 레오.

 

 의심할여지 없이 굳게 믿고 있던 사랑하는 연인에게서 자신이 몰랐던 비밀을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루카와 같은 어두운 그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아직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기에 그런 영원한 빈자리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정말 가슴 아프고 어떤 것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거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이런 사랑>은 세 사람 각각의 사랑이야기라기 보다는 사람의 고독과 단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루카와 안나의 회상만 해도 아주 뜨거운 사랑이기보다는 고독과 외로움을 감싸 안아줄 서로를 갈구했던 것임이 보인다. 루카가 자신의 죽음을 별 것 아닌 양 풀어나가는 것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문체적 장치(?)가 아니었을까.

 동성애라는 문제에 있어서 아직 나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랑>에서 동성애는 그저 평범한 일상으로 느껴진다. 그건 아마도 동성애보다는 고독이라는 문제를 부각시킨 작가의 힘이 아니었을까.

 희한하게도 
 지금 내가 가장 못 견디게 그리운 것은 
 바로 이 순간들이다. 
 아무것도 아닌 이 순간들, 
 그러나 우리 삶의 전부가 담겨 있는 순간들. 

 모두가 관조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는 독백조의 전개가 처음에는 견딜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의욕이 없나 싶어 답답하게 느껴졌다. 철저한 고독과 조용함 속에서 가만히 책을 읽어나갈 수도 없었다. 점점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느 정도 그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행복은 바로 아무것도 아닌 이 순간, 
 떨리는 이 찰나, 
 상쾌한 이 포근함, 
 이 여유, 
 하는 일 없이 한가로이 보내는 하루하루에 있을지도 모른다. 
 때로 행복과 불행은 신기할 만치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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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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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학기 수업시간에 ‘바리공주’무가를 배웠다. 일곱 공주중에 막내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은커녕 환영조차 받지 못한 채 함 속에 버려진 바리공주. 버려진 것도 억울한데 15년이 지난 후에야 아비의 병 치료를 위해 부모의 부름을 받고 생명수를 찾아 길을 떠나 9년 동안 고생하는 효녀 바리공주. 전형적인 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리데기>라는 제목을 봤을 때, 최인훈의 구운몽이 문득 떠올랐고, 바리공주 이야기의 패러디인가?? 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는 권정생 작가의 <몽실 언니>가 계속 생각났다.

 주인공 바리. 바리 역시 바리공주처럼 일곱 딸 중에서 막내로 태어났고 역시 버림받게 된다. 바리에게도 비극적인 삶이 펼쳐질 것을 출생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강아지 칠성이 덕분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바리는 할머니의 능력(?)을 이어받아 영혼들과, 그리고 흰둥이와도 무언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김일성의 죽음은 북한에서 태어난 바리의 인생에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아버지와의 이별과 함께, 다른 식구들과도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바리가 가장 의지하고 기댔던 할머니의 죽음도 겪게 되고,.

 작가는 이런 이별과 비극들을 통해서 우리 민족이 겪었던 가슴 아팠던 수난을 대신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분단을 겪었던 우리 민족의 경험, 그 자체를 넘어선 어떤 다른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일까. 끊임없는 이별과 떠돌아다녀야 하는 삶. 정착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는 삶. 바리공주가 아버지를 위한 생명수를 찾기 위해 9년의 고통을 견뎌냈듯이. <바리데기>의 주인공 바리 또한 끊임없는 유랑을 겪고 큰 바다를 건너 런던에까지 가게 된다. 지치고 고될 때마다 바리의 꿈에는 칠성이와 할머니가 나타나 버팀목이 되어주고 나아갈 길을 밝혀준다.

 그럼 바리가 찾던 생명수는 무엇일까.

 사람의 마음도 밥과 같아서 
 오래가면 쉬게 마련이라 
 자꾸 폐를 끼치면 
 나중에 정말 도움이 긴요할 때는 
 냉정하게 돌아선다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 소설은 책 두께에 비해 정말 빨리 읽어나갈 수 있었다. 술술 넘어가는 책장들이 아쉬울 정도로.. 구수한 바리 할머니의 사투리도 약방의 감초처럼 따스함을 자아내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이 든다. 바리에게 바리공주 이야기를 들려주던 할머니. 세상의 모든 할머니들은 이렇게 따뜻한 분이신가보다.

 그리고 타국에서 만난 할아버지. 달관한 모습의 할아버지는 바리가 지칠 때마다 끊임없이 희망을 심어준다. 그리고 동시에 이 책을 읽은 내게도 희망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아아. 
 사람의 인연은 하늘에서 미리 짜놓은 줄에 
 서로 연결되고 엮이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미리 짜여진 모양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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