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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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이 만발하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때라 그런지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찾게 된다. 연둣빛 앞표지 속의 선명한 빨강 사과와 주황빛 뒤표지 속의 초록 사과가 어우러져 책 속에 펼쳐져 있을 로맨스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한껏 불러일으켜 주었다.

 

 

<내 연애의 모든 것>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연애는 그 배경이 조금은 남다르다. 그 둘은 바로 이념의 차이를 넘어서야 하는 여야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새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인 법조인 출신 김수영과 진보노동당 소속 국회의원이자 당 대표인 오소영. 그 둘이 온전한 사랑을 하기에는 보기만 해도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국가관과 세계관이 다르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소속 정당이 다르기 때문에 둘은 끊임없이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정반대의 인물들로 설정된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사랑은 정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을 그 상태 그대로 기뻐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두 주인공 김수영과 오소영도 그렇지만 그들의 주변 사람들 역시 저마다의 캐릭터를 갖고 등장했다. 삼국지를 즐겨 읽는 천재 소녀 보리, 김수영과 오소영의 보좌관들,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들. 이야기 전개에 있어 그들은 나름의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더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

 

 

처음 열 페이지를 읽으며 이 책 읽는 데 좀 오래 걸리겠다 싶었는데, 읽을수록 흡입력 있는 작가의 전개와 구성에 빠르게 빠져들었다. 작가의 문장에 감탄을 연발하며 책을 읽어나갔었다. 한 문장 한 문단을 읽고 있으면 경쾌하게 스텝을 밟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고 거리낌 없이 흡수된다. 작가는 삼국지를 비롯하여 여러 유명한 고전들과 이야기를, 그리고 소크라테스, 공자, 스피노자, 니체 등 철학자들의 말을 이 책 곳곳에 아주 적재적소에 심어 놓았다. 그리고 그것은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몇 배로 더해주었다. 가슴에 와 닿아 몇 구절 노트해야겠다고 시작한 페이지 표시가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나 있었다. 사랑은 없는, 오직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인 <내 연애의 모든 것>이라는 사랑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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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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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꽂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드라마를 잘 보는 편이 아니라 미실을 다룬 드라마도 보지 않았고 드라마의 흥행에 따라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도 읽지 않았었다. 그러다 <미실>이 무삭제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했고 뒤늦게 일어난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게 되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아니 내 기준으로 본다면, 미실은, 아니 그 당시의 사람들은 상당히 문란한 삶을 살았다. 색공지신(色供之臣, 세대 계승을 위해 왕이나 왕족을 색으로 섬기는 신하)이라는 말도 처음 알게 되었다. 대원신통(大元神統, 왕과 그 일족에게 색공하는 혈통으로 오도-옥진-묘도-미실로 이어짐)의 혈통으로 태어난 미실의 운명은 가히 버라이어티했다. 사랑과 권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그녀는 진흥제의 눈에 들게 되고, 점차 신라 왕실 권력을 장악해갔다. 3대에 걸친 왕 진흥제, 진지제, 진평제, 그리고 동륜태자, 풍월주 사다함, 세종, 설화랑, 미생랑까지 미실은 많은 이들과 사통하여 왕실과 화랑도를 쥐락펴락하며 권력의 중심에 섰다.

 

 

미실의 캐릭터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미실에게 빠져 다른 것에는 관심을 돌릴 수 없었던, 오직 미실만을 가슴에 담고 미실에게만 충성과 헌신을 다했던 미실의 남자들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미실은 정말 말 그대로 치명적이었다. 색공지신의 운명을 거스르지 못했던 미실의 인생이 안타깝기도 했고 많은 남자들의 사랑을 받았기에 그걸로 그녀가 그나마 위안을 삼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전통적 여성상을 뒤흔들어 우리 모두를 혼란에 빠뜨린’ 미실 이야기는 지금과 같은 성 도덕이 확립되기 전의 여성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이미 혼인 관계를 맺은 이들도 다른 이와 사통하여 자식을 낳으며 이를 전혀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별아 작가의 손끝을 통해 세상에 나온 미실은 충격적이었다. 그녀가 다시 그려낸 역사 속 다른 여인들의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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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여인 어을우동
김경민 지음 / 테라스북(Terrace Book)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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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그녀는 그저 요부였다고만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이 울기도 했고, 그녀와 함께 가슴아파했다.

 

사대부 박윤창의 여식으로 태어나 정4품 혜인의 작위까지 받았던 왕실의 여자,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가고자 했던 그 여인이 어쩌다 왕실의 족보인 선원록(璿源錄)에서조차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일까. 기록에 의하면 그녀는 기생 연경비를 사랑했던 남편 태강수(泰江守) 이동(李仝)에 의해 쫓겨났다. 내쫓긴 그녀는 5년 뒤 풍기문란을 이유로 의금부에 갇혔다 5개월 후 참형에 처해졌다. 그녀와 간통한 자들은 국문도 없이 쉽게 풀려났는데도 말이다. 법 밖의 법으로 어우동을 참형에 처한 성종은 어떤 마음을 먹고 있었을까.

 

어우동과 왕 성종, 끝까지 거절당하면서도 일편단심으로 어우동을 사모하는 갑상, 어우동의 의리 있는 계집종이자 갑상을 흠모하는 연이, 질투에 눈이 멀어 결국 어우동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폐비 윤씨, 왕실 종친으로 어우동의 벗이었던 방산수 이난 등이 이 책 속에 등장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우동과 성종은 찰나의 순간 마주친 인연으로 벗이 되고, 작수성례를 치르고 합방까지 하게 된다. 드디어 어우동에게도 달콤한 행복이 찾아들었나 싶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우동 앞에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주는 것뿐이었다. 올가미가 채워진 어우동의 목이 하늘로 치솟는 순간 성종 앞에 떨어진 대삼작노리개를 보면서는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억울하게 지아비로부터 버림을 받았는데도 죄인처럼 살아야하는 그 시대 여인들의 한 서린 삶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칠거지악이라니. 여인들을 옭아매던 악습에 몸서리쳐졌고 무서웠다. 가슴 아픈 사랑을 하고 간 왕의 여인 어을우동과 성종, 참으로 슬픈 이야기였다.

 

 

 

 

‘괜찮사옵니다. 괜찮사옵니다. 눈물을 흘리지 마옵소서. 어찌하여 소첩 가는 길에 눈물을 보이시나이까. 그러지 마셔요. 그러지 마시어요. 서방님의 말씀대로 비익조가 되어 날 것이며 연리지가 되어 뿌리박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소첩 마지막 가는 걸음에 그 귀한 눈물 아껴 두어, 후에, 후생에 다시 만나 환희의 눈물로 뿌려 주시옵소서. 그리하시면 되옵니다. 원망치 않을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걱정 마시어요. 원망으로, 한으로도 남기지 않을 것이옵니다. 어찌 서방님을 마중 나가는 길목에, 그 마음에, 원망과 한을 뿌려 놓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그때는 더없이 사모하는 마음만을 내려놓을 것이옵니다. 우둔하였고, 속 좁은 아녀자의 것이 아닌, 한없이 지혜로운 것만 내려놓을 것이옵니다. 그리 소첩 먼저 가옵니다. 그리고, 그리고 다시는 이별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방님의 발목을 붙잡고, 손목을 붙잡고, 그리 놓지 않을 것이옵니다. 은애하였습니다. 은애하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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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포차 상담소 - 한숨 한 잔, 위로 한 잔, 용기 한 잔
공병각 지음 / 시드페이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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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을 처음으로 이 책의 저자 공병각을 알았다. 디자이너이자 캘리그래퍼로,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욕심 많은 서른두 살’ 디자이너로 소개되어 있는 공병각의 글씨체를 보고 있노라면 감성적으로 내가 만든 생각 속에 푹 빠져드는 것만 같다.

 

 

이 책은 공병각이 20대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세대나 다 그렇겠지만 특히나 20대는 내가 속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삶이 더 치열한 것 같다. 진로에 대한 고민, 취업에 대한 고민, 직업을 둘러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의 고민, 돈에 대한 고민, 사랑에 대한 고민. 무수히 많은 고민을 매일매일 어깨 위에 짊어지고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위로도 그리 따듯하지 않고, 귀에 쏙 박히는 충고도 없으며, 이거다 싶은 길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 많은 20대가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저자 공병각은 아주 내성적이고 아주 소극적이며 수줍음이 많은 아이, 그러면서도 내내 반장을 했던 소년이었다. 그런 아이가 방황에서 벗어나 지금의 공병각으로 불리기까지 어떤 청춘을 보내왔는지 이 책 속에 ‘청춘포차 상담소’를 열고 독자들에게 펼쳐 보이고 있었다. 디자이너, 캘리그래퍼가 되기까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보여주기도 했고, 청춘들이 안고 있는 각종 고민들을 듣고는 그에 대한 공병각만의 답변을 해주기도 했다. 목차 역시 제목에 어울리게

한 잔(지금은 개구리처럼 보여도 그땐 나도 올챙이였어),

두 잔(제대로 된 나침반만 있으면 헤매지 않아도 돼),

세 잔(인생 참 피곤하게 살자),

네 잔(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것도, 도깨비 방망이보다 좋은 것도 사람)

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쿨하고 쿨한 공병각의 대답을 읽고 있으면 ‘인생 뭐 있나? 까짓 거. 일단 해보지 뭐.’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너무 내가 고민에 빠져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감성적인 캘리그래피와 사진들, 그리고 공병각의 생각이 어우러져 포장마차 분위기를 제대로 자아내고 있었다. 술 한 잔의 위로가 필요하다면, 공병각의 청춘포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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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안녕 - 도시의 힘없는 영혼들에 대한 뜨거운 공감과 위로!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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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힘없는 영혼들에 대한 뜨거운 공감과 위로!”라는 글귀에 홀리듯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저자 김현진의 회고록이자 비망록이었다. 이제 막 서른 이후의 삶에 접어든 저자가 과연 어떤 회고록을 썼으며 어떤 비망록을 쓴 건지 궁금한 마음이 생겼다. 이 책 속에는 그녀의 개인적 삶이, 그녀의 ‘서울 살이’, 아니 ‘서울에서 살아남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미 어린 나이에 ‘남창’의 뜻을 알아버려 자신 있게 남창동에 산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모텔이 수두룩한 곳 사이에서 밤이면 온갖 싸우는 소리와 욕설 때문에 귀를 막아가며 자야 하는, 어린 나이에 가족들과 떨어져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만 했던, 틈만 나면 하수구가 막혀 물이 역류하는 화장실의 물을 악착같이 퍼내야 하는, 심지어 옆집 화장실의 물도 퍼내주는, 스스로를 그리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라 칭하는, 할 말 다 하고 사는 것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서-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도- 살아온 그런 청춘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녀의 고단하고 막막한 삶을 읽었다. 뜨거운 위로를 받은 느낌이라기보다는 내가 오히려 뜨거운 위로를 해주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난하고 가난해서 이집 저집 옮겨 다니고, 술어 절어 살기도 하고, 도시의 고독을 맛보며 치열하게 사는 그녀의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어쩐지 마음이 무거워져갔다. 다만 그 속에서 저자가 보았던 희망과 용기 덕분에 아주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저자가 가난했기 때문에, 아니 그녀에게는 ‘덕분에’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이주 노동자들의 모습이, 철거촌이, 윤락가 여성들이, 길고양이가, 옆집 여자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부모님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가 최근에 와서야 세상사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매일 매일이 전쟁인 삶 속에서 특히나 더 전쟁을 치렀던 저자는 희망이라는 것을 놓지 않고 꼭 품고 있었기에 지금의 그녀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그녀가 참 단단해 보인다. 고달픈, 고달플 세상 속에서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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