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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의 샘 1 ㅣ 펭귄클래식 143
마르셀 파뇰 지음, 조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5년 4월
평점 :
수베랑가의 파페는 후손이 없다. 그에겐 좀 모자란 위골랭이 있지만 결혼에 관심이 없고 카네이션을 제배해서 돈을 벌고 싶어했다. 하지만 카네이션은 물이 많이 필요했다. 이웃인 피크부피그의 땅이 마침 샘도 있고 땅도 적당하여 구매의사를 제안하지만 봉변만 당하게 된다. 수베랑가의 파페와 위골랭은 카네이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차에 피크부피그가 갑작스레 죽게되고 파페와 위골랭은 유산을 받아 도시에서 온 새 이웃이 땅을 팔게 하기 위해 샘을 몰래 막아 버린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파페가 결혼까지 마다하며 혼자 살게 된 이유는 그가 평생사랑하는 여인 플로레트 카무앵 때문이었는데, 그녀는 피크부피그의 여동생이고 이미 고인이 된 터라 그녀의 곱추 아들이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내려온 것이다.
카네이션을 제배해서 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땅을 팔지 않고 시골에 정착하겠다는 곱추인 장의 실패만이 살길이었다. 3년을 기안으로 잡고 소처럼 열심히 일했던 장은 비를 내려주지 않는 척박한 날씨와 멀고 먼 샘에서 물을 길어나른다. 이렇게 하다간 당장 내일 죽을 정도로 일했던 장의 실패는 척박한 자연 탓만은 아니었다.
지역의 유지였던 파페가 샘을 막은 사실을 사람들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누구하나 그에게 샘이 가까운 곳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장은 우물을 파다 사고로 죽게 되고 파페에게 융자를 얻었던 터에 장의 아내와 어린 딸 마농은 집과 땅을 빼앗기게 된다.
마농의 샘은 1952년 파뇰이 제작하고 그의 아내가 출연했던 영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첫 부분에 지루하게 이어지는 등장인물들 소개 때문에 영화보다 더 낫지는 않을거라 오해했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문학적이다.
비가 농부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마농의 아빠인 장이 전원생활의 원대한 꿈을 안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에 비해 선입견으로 똘똘 뭉친 레 바스티드 사람들의 무관심이 얼마나 잔인하지, 한 가장을 처절하게 무너뜨리는 과정이 스팩터클하게 이어진다.
한편 2권에서는 마을 언덕 꼭데기 동굴에서 지내게되는 마농이 16살이 되어가고 멋진 금발머리와 함께 어여쁘게 자라게 되고 정말 운명같이 자신의 가정을 몰락시켰던 위골랭은 한눈에 마농에게 빠져버린다.
큐피트의 화살에 맞아 맹목적으로 쫓아 다니고 너무 싫어 차라리 월계수 나무가 되어버리는 그리스 신화처럼 위골랭의 사랑은 병이 되고 마농은 그의 사랑에 치를 떤다.
결국 마농이 도시에서 온 학교선생과 사랑을 이루고 한때 오페라 단원이었던 엄마도 다시 자신의 일을 찾고 새 삶을 찾아가게 되고 수베랑가의 마지막 자손이었던 위골랭의 자살로 삶의 의욕을 잃은 파페에게는 또다른 운명의 장난이 남아 있었다.
결국 3대에 걸친 욕망과 사랑, 복수가 큰 줄거리인데 여러 등장인물과 긴박감 넘치는 샘이야기와 마농의 사랑이야기보다 1부의 장의 정착하고자 했지만 끝내 실패한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