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2015년에 첫 책으로 읽은 이책이 결과적으로는 꽤 괜찮은 선택으로 느껴진다. 작가로서 사는 이상운님의 아버님이 노환으로 병석에 계시다가 세상을 뜨기 까지의 3년 반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인 체험도 있지만, 작가가 느끼는 인간의로서의 존엄성의 문제, 삶과 죽음의 문제와, 우리나라 현실의 의료문제등은 여러가지를 사색하게 만드는 책이다.
나 또한 아직은 건강하시지만 노령인 부모님이 계시다. 어르신들이 죽음에 대해 바라는 말들은 어느날 자다가 운명하는것을 제일의 행복으로 꼽는다. 그만큼 자신은 물론 남아서 병간호를 해야할 자식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해 걱정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생명을 주지만 안타깝게도 주는 동시에 빼앗아 가기 시작한다는 것. 노화와 질병이 찾아오면 우리가 살아온 세월이 동시에 죽어온 세월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말은 철학적으로 들려 젊고 건강한 우리들은 현실감이 좀 떨어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하루하루를 사는것은 사실이다.
88세에 병이나 92세에 돌아가시기 까지 늙고 초라해져서 껍질만 남아가는 육체를 대하는 자식의 심정은 어떤것이고, 자식이나 모르는 간병인에게 자신의 치부를 다 드러내고 지쳐가는 늙으신 아버지의 심정을 가늠하는 작가의 글 속에서 나는 간병에 대한 괴롭고 귀찮음 보다 한 생애를 살고 이제 세상의 끈을 놓아야 하지만 목숨만 붙어 있는 병자의 인권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을 하게 됐다.
죽음으로 가는 영역을 강제로 붙잡아 두고 알수도 없는 숫한 약물을 주입시키며 기계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시키는 맹목적 의료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연적 치유가 무조건 옳으니 아무 처치도 받지 않는다는 것도 물론 반대한다고 한다. 작가는 특히 지금 우리나라에 너무 많이 지어지고 있는 요양병원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병환에 있는 노부모를 자신이 모실 형편이 못될경우도 있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생애를 환자가 가득한 네모난 병실, 규율이 빡빡하고 24시간 환자를 돌보며 스트레스에 찌든 간병인들에 쌓여 인권이 무시당한체 마감해야 한다는 건 너무 안된일이라고...
지하철에서 노인들이 큰소리로 이야기 하거나 전화를 필요 이상으로 크게 받는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아버님을 병간호 하면서 손 발이 느려지고 청력이 손상되고 시력이 손상되고 마침내 장기의 모든 부분이 하나 하나 망가져 가는 상황을 직접 보면서 우리가 노인들의 그런 굼뜬 행동이나 큰 소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튼 이 책은 노인이나 병자들의 인권에 대해 우리가 너무나 많이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