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걸을수록 나는 더 작아진다

빨리 걸을수록 나는 더 작아진다 ㅣ NFF (New Face of Fiction)
셰르스티 안네스다테르 스콤스볼 지음, 손화수 옮김 / 시공사 / 2014년 10월

이렇게 작고 짧은 책이 이처럼 긴 여운을 남길줄은 몰랐다.

주인공인 마테아는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그리 눈에 띄는 아이는 아니었던것으로 보인다. 언제나 그녀 주변 반경 2m내외에는 누구도 없어 학교 운동장의 돌을 세던 소녀.

어느날 운동장 한 가운데서 벼락을 맞아 주목을 끌어도 그저 그 뿐이었던 마테아의 노후는 똑같이 외롭기만 하다.

그런 그녀에게는 남편 엡실론이 세상이었고 방패막이었고 그녀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남편이 은퇴후 평화롭게 둘 만의 세상을 즐기고 싶었던 마테아는 남편의 사망으로 심리적으로 더 작아지게 된다.

온 힘을 다해 나 여기 살아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마테아.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주었으면, 심지어 도둑이라도 들었으면, 하고 꿈꾸는 이 여인의 선천적 소심함은 그녀를 더 외롭게 하는것 같다.

작가는 이 책을 '근육통성 척추염'을 앓으며 온종일 침대에 누워 꼼짝을 못할 때 썼다고 한다. 그런만큼 사회와 어울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나이들고 초라한 여인의 심정을 너무나 잘 표현한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한 때는 이 여인이 '식스 센스'의 주인공 처럼 혹시 이미 죽은 영혼은 아닐까? 하고 의심까지 했었다. 그정도로 어릴때 부터 노후에 이르기 까지 삶이 별로였고, 있으나 없으나 티가 나지 않았던 존재.

그 여인이 속으로는 ' 나 여기 있어요!' , '나 살아 있어요!' 라고 계속 외치고 있는 절규가 들려서 더욱 쓸쓸했다.

노후의 여인이 주인공인 또 다른 책 '스톤엔젤'에는 괴팍한 노인이 나온다. 옹고집이고 아집에 쌓여 며느리와 그리고 세상과 소통이 안되는 스톤엔젤의 주인공도 역시 외로움과 죽음이라는 것에 직면한 한 노인이 '나를 좀 봐달라고' 하는 표현은 아니었을까 새삼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