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노란색 표지 만큼이나 속지도 노랗게 물들어 있는 책이다. 마치 노란색 색도화지에 예쁜 말을 써놓은 것 처럼 느껴지는 이 책의 속지 까지 노란색으로 물들어있고, 겉에서 보면 노란색으로 그라데이션을 입힌것처럼 뒤로 갈수록 흰종이가 되는 색다른 책이다.
읽어본 책중 가장 긴 프롤로그 (56쪽까지 프롤로그라는..)를 가진 이 책은 마치 라디오를 듣는것 같다.
프롤로그에서 말했듯이 예전 릴테이프로 방송을 하던 시절부터 라디오 pd였다는 정혜윤씨는 잘려나간 릴테이프를 한데 엮어서 보관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훨씬 편집이 편해지긴 했지만, 그녀가 방송을 위해 모은 이야기들, 그리고 방송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넘처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예전 릴테이프의 잘려나갔던 이야기 꼬투리나 NG의 모음이 아닌 진솔한 한 인간의 이야기들이다.
라디오를 듣다 보면 마치 나만을 위해 방송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하는데, 그건 방송을 하는 사람도 청취자를 다수가 아닌 한 청취자로 인식하기도 한다니 뜻밖이다.
아무튼 조근조근 옆 라디오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아련한 추억같고 때로는 소설같고 때로는 막장드라마 같지만, 내 주위의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제일 나쁜 건 제가 장애인의 아버지란 게 아니에요. 제일 나쁜건 저에게 둘러댈 만한 확실한 핑계거리가 있다는 거죠. 이 애는 내 삶이 힘들다는 언제나 편리하게 내세울 수 있는 핑계일 수 있다는 거죠. 얘를 보면 누구나 내가 힘들거라고 쉽게 생각하니까. 저는 힘들면 아들 때문이라고 하면 되는 거죠. 그럼 간단하죠. 그러나 얘가 아니어도 사는 건 어차피 힘들어요. 얘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에 힘들 때도 많아요.' -빠삐용의 아버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