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산행 테마 소설집
박성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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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이 책의 큰 주제는 '기억'이다.

신라시대 제상과 명화의 이야기, 박정희정권때의 외국인들 그리고 현대의 이야기등 시간적 배경은 과거와 현재까지 다양하지만, 사람들의  삶 속에 한 장의 사진처럼 프레임되어 있는 기억들은 가지 각색이다.

Wrong place, worng time 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단편은 '우리가 지금은 헤어져도'라는 작품이다. 일본계 미군 제임스, 대만화교 희원, 영어 못하는 파란눈의 용이언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기도 전의 박정희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꼭 국적이 한국인이 아니라해도 뭔가 옳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아무도 거기 없었다'는 '내이름은 술래'의 작가인 김선재의 작품이다. 두부를 사러 잠깐 나간 사이 누전으로 불이 나고, 아들이 불을 피해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 숨졌고 아내는 아들을 찾겠다며 뛰어들었다가 눈을 잃었다.

<순간을 영원히 남기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 순간이 어디에서 다가와 어디로 향하는 순간인지, 사진은 결코 말해주지 않는다> 라고 하는 대목처럼 인생의 불행의 순간을 탓하며 자학하고 자책하고 아내를 탓하는 남편의 이야기이다.

사진 찍으러 다니며 생활하는 가장이 된 것은 아들을 잃은 고통을 자신을 고단하게 하는 것으로 죄를 차감한다고 생각하는 남자, 무조건 미안해 하는 아내를 당연시 하기도 하면서 아내와 같이 있는 순간 순간이 고통인 남자. 그가 찍는 사진처럼 불행의 순간은 언제나 그의 뇌리에 사진 한장처럼 각인되어 있지만, 사진이 그렇듯 그와 아내의 인생에서 그 고통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닐진데도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끊임없는 자학이 이해가 가면서도 고통스럽다.

한겨레 문학상에서 수상한 다수의 작가들의 작품들이라 한작품 한작품 모두 문학성과 내용 모두 만족할만한 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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