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 판 세계문학의 숲 41
크누트 함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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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목축의 신이고 자연계의 신이고 호색적이고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신이라는 이미지가 있다고 한다.

목신 판의 주인공인 글란은 판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듯하다. 잘생기고, 자유분방하고 짓궂은 남자로 표현되지만, 그는 자연과 함께 더불어 지내는 사람이다.

사실 크누트 함순이라는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지만, 나에겐 생소하고, 그의 작품또한 생소해서 아무 편견없이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나는 작가가 표현한 자연의 그 평화로움에 흠뻑 빠졌다. 온갖 꽃들과 이른아침, 해가 질 무렵의 고요한 자연에서의 글란​이라는 남자는 사냥총을 가지고 며칠을 사람을 만나지도 않으면서도 평화롭게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평화로웠다.

'나는 오두막 밖으로 나가서 귀를 기울인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세상 만물이 잠들어 있다. 공기는 날벌레들, 윙윙거리는 수많은 날개들로 반짝거린다. 숲 가장자리에는 양치식물과 바꽃이 있다. 월귤나무는 꽃이 한창 만발했다. 나는 그 작은 꽃을 좋아한다. 내가 지금까지 본 모든 히스꽃 때문에 나는 신에게 감사한다. 그 꽃들은 내 앞길에 피어 있는 작은 장미꽃 같았고, 나는 그 꽃들에 대한 사랑때문에 흐느껴 운다. ' p55

이런게 자연과 너무 잘 어울리는 글란에게 어느날 다가온 여인 에드바르다 때문에 그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린다. 그대로의 자연과 다르게 그녀의 행동과 말에 상처받고 그녀의 주위에 있는 남자들 때문에 비교당하는 자신을 느끼며 하는 글란의 예측되지 않는 행동들을 보면서 그가 사람을 대하는 방법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네 말이 옳아. 나는 남들과 어울리는 법을 잘 몰라. 자비를 좀 보여줘. 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해. 나는 숲속에 머무는게 더 좋아. 그게 내 기쁨이야. 여기 혼자 있으면 내 마음대로 해도 아무한테도 해를 끼치지 않아. 하지만 남들과 함께 있으면 예의를 차리는 데 신경을 써야 해. 벌써 2년 동안 나는 사람들과 별로 어울리지 않았어.' p126

글란의 이야기는 2부로 이어지는 어느 남자의 고백으로 만날수 있다. 그는 자신이 글란을 총으로 쏠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 하고있다. 인도에서 글란과 함께 사냥을하곤 했던 그의 진술에 의하면 글란은 거기서도 역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글란의 도발적인 말들과 행동은 분명 자신을 어서 쏘아버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자연과 더불어 너무나 행복했던 남자가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실패하고 상처를 받았지만, 오히려 사람들에겐 그가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것같다.

크누트 함순또한 작가가 되기전까지 30여년을 수도없이 많은 일을하면서 미국과 유럽을 여러곳 옮겨다녔다고 한다. 어릴때 친척에 의해 키워지면서 자연과함께 살았던 기억과, 미국으로 이주를 하며 새로운 개척을 맞이하던 시대적 상황에서 정착에 어려움을 느꼈던 작가가 무엇보다 자연과 사람들이라는 문제에 대해말하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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