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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걷기는 정체성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 사회의 익숙한 골조 밖에서는 더 이상 자신의 얼굴, 이름, 개성, 사회적 지위 등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걷기는 나다워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압박과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 책임감으로 인한 긴장을 풀어준다.' p29
느리게 걷는것, 이 책에서 말하는 산책하는 걷기를 부러워 했을 때가 제인오스틴의 문학을 읽을 때였던것 같다.
제인오스틴의 주인공들은 집 근처의 숲길을 산책하며, 자연을 즐기고, 고민거리로 아픈 머리를 식히고, 날씨를 즐기고, 때로는 그 산책길에서 우연을 가장한 인연을 스치기도 한다. 그런 걷기는 책을 읽으면서 언제나 내가 해보고 싶었던 느리게 걷는 즐거움에 대한 상상이었다.
이제 도시에 살며 중국으로 부터 오는 황사를 걱정하며 머리와 얼굴 전체를 가리고 빠르게 걷는 모습의 걷기에 익숙한 도시인들의 삶에 나 또한 동화된 탓일까? 내게 느리게 걸었던 기억이 있었는지 기억에 없는것이 안타깝다.
'갈수록 순수하게 걷기 위한 도보 여행이란 거의 의미가 없어지고 있어서 이따금 걸을 때도 한가로이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개는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다.' p24
단지 걷기에 대한 예찬으로 이렇게 훌륭한 책을 쓴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고 생각됐다. 나는 '걷기예찬'이라는 그의 전작을 읽어 보지 못했지만, 책의 어느 부분을 펴서 읽든 한가로이 오솔길을 산책하고픈 강렬한 열망이 일 정도로 멋들어진 표현,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자연의 느낌이 마구마구 밀려오는 글쓰기를 하는 작가가 다비드 르 브르통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