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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 수수께끼의 궁
최정미 지음 / 끌레마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광해군에 대해서는 죽은 후로도 왕의 칭호를 받지 못하지만, 연산군과는 사뭇 대조적인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후금과 일본사이에 중립외교를 시행하려 했던 그의 탁월한 국제관은 고지식한 사대부들과 꽉 막힌 사고와 사리사욕으로 무참히 무너졌다.
인조반정으로 광해가 쫒겨날 당시 광해를 위해 목숨을 바쳐 도와주었던 충신이 있거나, 최소한 배신하지만 않았더라도 인조가 즉위하고 조선역사에서 치욕으로 사건(삼전도의 굴욕)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 그뿐일까? 이 책에서 병자호란으로 겪은 백성의 고통을 하나하나 나오지 않았지만, 아직도 '화냥년'이라는 단어가 남게 되는 계기가 되었듯 무수한 여인들이 끌려가고 다시 조선에 돈을 받고 파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다.
이 책 미궁이 광해에 관한 내용이라고 해서 나는 내심 다시 도약하는 광해를 보길 원했지만, 시작부터 광해의 죽음을 알리며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구중궁궐, 못난 왕이지만 그래도 그를 위한 수많은 여인들이 있고, 조정대신들이 있는 궁에서 어느날 왕을 모시는 최측근 2명이 살해당한다.
진현은 꽃과 화초를 담당하는 별감이지만 궁녀를 취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죽은 목숨인줄 알았던 그를 인조의 총애를 입고 있는 조소용마마에게 끌려가 이번 사건을 기한내에 해결하라는 엄명을 받게 된다.
사건을 해결하면 할수록 부딪히게 되는 인평대군이 범인일까? 조소용 마마와 척을 두고 있는 장귀인일까? 아니면 범인은 고사하고 원인조차 알수 없는 살인의 이유는 다른곳에 있는걸까?...
<조선 백성 모두가 군자의 도리를 지킬 필요가 있는가? 삼시 세끼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을 소망으로 여기는 백성이 부지기수야. 끼니만 거르지 않아도 만족할 술 아는 소박한 이들에게 왜 해준 것도 없는 사대부들이 자신들의 명분을 지키자고 이 땅에 오랑캐를 불러들이는 우를 범했는가 말이다. 조선의 사대부들이 명분만을 찾을 때 광해군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어. 결국 조선의 사대부들이 그를 저버렸지만..> p187
미스터리형식을 하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재미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벌받아 마땅한 가해자가 있는것이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안쓰럽고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불과 천명의 군사로 반정을 도모한 능양군(인조)에게 대궐문을 열어준 홍병희도 죽어 마땅하고 피신한 광해군을 배신한 박내관의 죽음또한 마땅하게 느껴지면서 방법은 좋지 않았지만, 그것 밖에 할 수있는게 없었던 사람들의 고통또한 온전히 느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