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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사라진 세상 - 인간과 종교의 한계와 가능성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
로널드 드워킨 지음, 김성훈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사회주의 법학 철학자인 드워킨은 무신론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2011년 12월 베른 대학교에서 발표한 강의를 바탕으로 저술된 책이다.
철학, 과학, 법학을 인용해 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이 책에는 우주만물에 대한 태도, 종교의 자유, 그리고 죽음과 불멸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는 특이하게 종교적 무신론자라는 말을 사용한다. 신이 있다고 믿는 것을 종교가 있다고 생가하는 유신론이라면 신이 없다고 믿는 것도 종교적일수 있으므로 종교적 무신론이라는 말을 썼다.
사실 나 자신 종교적무신론자이다. 과학을 맹종하거나 인간에 의해 사실로 밝혀진 사실만 믿는 것도 아니지만, 종교라는 것이 자의든 타의든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 다음에 기도도 되고 경외감도 드는 것인데, 나는 그게 아직은 안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동성애자라고 말하는 것 보다 종교가 없다고 말하는것이 더 힘든일이라는 말을 들었다. 자유주의 국가이고 모든게 가능한 나라지만 아직도 종교적 우파(religious right)가 지배하고 그만큼 신의 영역에서는 보수적이라는걸 알수 있다.
무신론자라는 딱지가 붙었던 스피노자는 자연을 경외감 어린 태도로 보았던 이른바 비인격적신을 믿었다고 한다. 인격적 신이 마음과 의지를 갖고 막강한 힘을 소유한 신이라면, 비인격적신은 상징적인 존재가 아닌, 즉 만물에서 신의 경외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북쪽에서 그보다 더 북쪽이 어디냐고 묻는 것처럼 빅뱅이 시간과 공간의 기원이 되기 때문에 그 전에 무엇이 어디서 왜 일어났는지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미 과학이 신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곳에 까지 잣대를 들이대며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탄생 이전으로 까지 거슬러 올라가 무엇을 찾을 생각인가? 우주의 탄생이 신의 창조이든 빅뱅이론이든 우리는 눈으로 확인할수 없다면 역시 믿음이 쏠리는 쪽으로 믿어도 무방한 영역으로 다시 존재하기도 하지 않은가?
'우리는 처벌을 내리는 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심판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왔다. 하지만 오히려 신이 존재해야만 심판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죽음과 불멸에 대한 장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업적으로 영화인이든 작가든 육체가 없어져도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서 영원히 사는- 즉 불멸이 가능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정작 인간이 꿈꾸는 불멸은 육체가 있던 없던 '나'로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을 바란다. 하지만, 언젠가 모든것이 멸망한다면, 지구마저 없어진다면 불멸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무언가 올바른 것을 해냈다는 믿음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지금으로서 가장 가능한 불멸이라고 말한다.
적은 분량의 책이지만 쉽지는 않은 책이었지만 그의 마지막 불멸에 대한 해석은 참으로 희망적이다. 나도 할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