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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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책에는 항상 웃음과 슬픔이 공존한다. 41년이라는 길지 않은 삶이었지만 양페이는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태어나면서 부모와 떨어졌지만 양부는 어느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했고, 리칭과 만나 결혼도 하고 이혼도 경험했다. 양페이가 죽은 후 날짜별로 7일동안 저승을 떠돌며 이승을 추억하고 죽었을지도 모를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이야기에는 그 전의 어느 중국소설에서 보다 더 많은 중국이라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있는것 같다. 

 

도시계획으로 힘없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상인들은 공무원들의 횡포에 적자를 면치 못하는 모습, 물질만능에 빠져 가져도 가져도 끊이없이 욕심부리는 가진자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하고 용을 써도 지하에서 쥐와 같은 생활을 하며 지내야 하는 사람들, 정부에서 발표하는 뉴스를 믿는 사람도없고,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때로는 그 유언비어가 현실이 되기도 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언젠가 그녀는 미모란 여자의 통행증과 같지만 자신의 통행증은 줄곧 회사가 이용했지, 정작 자신은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리칭의 미모는 회사의 술상무라는 역할로 쓰이고, 얼굴이 예쁜 여자는 통행증을 얻는것 처럼 남들보다 빠르게 돈을 모을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비윤리적인 성문화를 조장하고 양심이라는 것을 무디게 만드는 사회의 모습이 보인다.  

 

22년 만에 만난 친부모와 가족들은 자신을 길러준 양아버지보다 많이 가진 집안이었지만, 언제나 왜 남들처럼 못가졌는지를 두고 싸우기만 했다. 리칭의 미모에 반해 그녀에게 공개 청혼했던 회사동료를 놀잇감으로 삼고 떼거지로 놀려대는 모습은 마치 한편의 과장된 연극을 보는듯 했다. 

 

 

주인공이 떠도는 이유는 그가 묻힐 무덤이 없기 때문이라고 나온다. 그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도 무덤이 없는 탓에 영생아닌 영생을 누린다. 이승에서도 돈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무덤을 만들어 주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기약없이 떠돌아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왜 가정했을까? 집을 사는 만큼의 돈이 드는 무덤을 마련하기위해 신장을 팔아서라도 무덤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현실을 왜 기정사실처럼 믿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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