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각설하고, - 김민정 산문
김민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얼굴을 살짝 돌린 여인의 입에 문 담배와 짧게 자른 머리가 각렬하게 와 닿아 이 책은 표지 만으로도 흥미를 끌었었다.
역시나 작가인 김민정씨도 이 그림에 첫눈에 반해 원작자인 폴란드 화가 빌헬름 사스날에게 자신의 책 표지로 사용하게 해달라 연락을 취했고, 흔쾌히 승락해 주었다고 한다. 출판사에서 멋지게 일하며 몇권의 시집을 낸, 40을 바라보는 솔로의 느낌이 팍팍 전해진다. 나쁜 뜻이 아니라, 내겐 너무 멋지게만 보인다. 그녀의 생각하는 정도, 사물이나 어떤 사건을 생각하는 폭이 역시 글을 많이 접하는 사람들은 다른가보다.
눈꼴신 경우를 볼때 분개하는 한 사람, 아무리 용을 써도 세상의 부조리를 바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자신의 뚜렸한 철학이 있는 그런 모습이 보여서 좋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나, 살아가며 겪는 주병의 이야기, 그리고 옛날 어릴적 멋지게만 남아 있는 추억까지 잘 쓴 짧은 글들이 많아서 좋았다. 소설처럼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 이런 산문이고, 작가의 정치성향이나 생각하고 사고하는 것이 나와 상당부분 닮은것 같아 한편 한편 아껴읽고 싶은 기분이 든다.
출판계에 몸을 담고 있고 시를 쓰는 시인인 작가의 상황과 기분이 잘 전해지는 대목이 있다.
처음에 책을 내고 여기 저기서 시집에 사인을 해서 보내달라는 전화에 기쁜 마음으로 해주다가, 그 책값 얼마나 한다고 좀 제돈주고 사지..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 그런데 어느날 친구왈 대형서점에서도 그녀의 책을 구할수 없었노라고... 반품하기 버거운데 왜 자꾸 시집을 내느냐고 볼멘소리 하는 마케서 회사에 그럼 죽을거 뭐하러 사느냐고 소리치는 그녀가 보였다. 하지만 뭐, 그래도 내 눈엔 멋지게 사는 솔로 여자로 보여 좋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