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 태어남의 불행에 대해
에밀 시오랑 지음, 전성자 옮김 / 챕터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요즘 살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꽉 차있는 모습이다. 모든 사람들이 태어나면서 부터 어떠어떠한 경로로 꼭 살아야 하는 것처럼 교육받고, 그중 가장 빠르고 건전한 삶으로 가기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몇세부터 몇세까지 놀고, 그다음엔 어느것을 공부하고, 그리고 어떤 코스를 밟고... 

최근엔 스펙을 쌓기위해 예전에는 상상도 할수 없을 만큼의 능력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참으로 흔하게 보게된다. 그런 와중에서 그 코스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낙오되기도 하면서, 고학력 무능력자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는 모습이다.  

 

허한 삶에 대한 모습을 그때에나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의 삶이란 어떤걸까? 삶, 성공, 신, 죽음 그런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도 잠시뿐, 그래서 우리는 실없이 웃을수 있는 TV프로그램에 빠져 지내는 지도 모른다. 

낙천적이라고 할수는 없겠지만, 우울하고도 조금 거리가 먼 성격탓에 이 책의 글귀가 꾀나 허무하다. 어떤 때는 짧은 메모로, 또는 일기같은 문장으로 태어난 삶에 대해, 인간이 심층적으로 고민하는 문제들에 대해 기술해 놓았다.  

'나는 나의 태어남이 하나의 우연, 한낱 가소로운 우발적 사건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자신을 망각할 때면, 나는 마치 내가 이 세상의 진행과 균형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양 행동한다.' 

 

'덕보다는 악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훨씬 편안하다. 본질적으로 악은 적응력이 강한 것이어서 서로 돕고 서로에 대해 너그러운 반면, 덕은 시샘이 많아 서로 다투고 서로를 죽이며, 모든것에서 편협함과 타협 불가능성을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다.' 

  

이츠키 히로유키의 '타력'에 보면 그도 불교사상에 기인해서 결코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 말고 물흐르듯 대하에 흐르는 한방울의 물처럼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한것이 기억난다.

그에 비해 너무 비관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이기도 해서 어떤 문장들은 폐부를 찌르며 아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살면 살수록 살아왔다는 것이 쓸데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지만, 결코 자살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삶이 다른 피조물에 비해 대단하고 선택받은 것은 아닐지라도 고뇌하고 사고하는 가운데, 허무의 깨닳음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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