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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떠난 자리 바람꽃 피우다 ㅣ 작가와비평 시선
조성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4년 1월
평점 :
우리는 글을 쓴다고 할때 시를 쓰는 일을 먼저 배우기도 한다. 학창시절 시를 외우고 시상에 젖었었고, 한 두명 쯤 좋아하는 시인을 가지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부터 고등학교 까지 수능이라는 존재에 가려 이제는 시를 외우고 짓는 낭만들이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의 교장과 학부모 처럼 발끈하는 시대인것으로 보여 삭막했다.
오랜만에 잡은 시집이고, 이 시집에는 그저 살아가는 삶이 있는 인생과 풍요로운 자연에 대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시인이 건축을 전공해서 인지 건축에 관련한 시들도 가끔 눈에 띈다.
시라는 것이 읽었을 때 지금의 내 마음과 닮은 구석이 있으면 눈에 확 들어오는 모양이다.
아내의 발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나를 두고 쓴 시인가 싶을 정도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인력 물류시장 상하자24시라는 시는 하루에도 아파드 단지로 무수히 들어오고 나가는 숫한 택배차량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루 몸값 6만 5천냥에 뼈마디 쑤시도록 밤이 낮인냥 일하는 노구의 모습이 젊은 시절 왜 속절없이 살았던가 후회하는 모습의 히끗히끗하지만 힘부릴 몸뚱이 하나 건사하고 있는 가장의 모습으로 보인다.
젊은이에게 드리는 짧은 고백이라는 시에서는 작가가 조근조근 나는 이렇게 살았다고 이야기하는 시이다.
실업계고를 나와 어찌어찌하여 대학을 마치고 나이 오십에 시인이 되었노라고, 하지만 말하고 싶은것은 대학도 일류대학도 좋은 직업도 허상이라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기 가슴이 말해줄거라고 젊은이에게 말해준다.
눈을 뜨니
아내의 발이 허리를 감고 있다.
일평생을 진이 나도록 고생했건만
뭣이 좋다고 잠결이라도
방랑자 이 남정네의
몸뚱아리를 칭얼칭얼 두르고 있나. <아내의 발 중에서>
남에겐 아무의미 아닌 한 소절이 내겐 특별하고 다른이들이 멋지다 칭찬하는 구절이 내게 별 느낌이 없는 것이 시일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아하는 시의 한 구절을 수첩에 적고 읊고 다니는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