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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1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앨리스 먼로가 1950년 부터 15년에 걸쳐 써온 단편들을 엮어 1968년에 펴낸 첫 단편집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여러해 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던 책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총 15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가정주부로서 첫 작업실을 구입하개 되면서 유난스레 들락거리는 건물주와의 마찰이 담겨있는 '작업실'을 비롯해 주로 여성으로서 느끼는 삶에서의 어떤것이 잔잔하게 읽혀진다.
'예전에는 계집애라는 말이 아이라는 말고 다를 바 없이 천진난만하고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생각 같았다. 계집애는 내가 지금껏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냥 본디부터 타고난 내가 아니라 어떠어떠하게 되어야 마땅한 존재였다.' -사내아이와 계집아이중
스스로 엄마의 일보다 아빠의 일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다 어느날 여우 먹이로 쓸 말을 죽이는 장면을 동생과 보고 난 후, 다음말을 사냥하려 하던 날 날뛰며 달아나던 말을 고의로 놓아 주던아이... 마냥 어릴것만 같았던 동생은 자신보다 의연한 사내아이였으며 자신은 결국 계집아이일수 밖에 없는 그런 소년소녀의 자라나는 묘한감정이 오롯이 느껴진 작품이다.
'단 한순간도 엄마가 겪는 곤경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지 못해서 집요한 눈물 공세에도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한가닥 동정심조차 내비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동정심은 아니더라도 엄마의 눈물 바람은 어떻게든 통했다.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만 우리는, 억지로 어설픈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갈수록 교활해졌고 철두철미 냉혹하게 돌보았다. 엄마를 대하면서 분노하고 조바심치고 혐오스러워하던 마음을 거둔 것이다. 모든 감정을 깡그리 없애 버리고 엄마를 대했으니, 수감자의 힘을 빼려고 죽을 때까지 고기를 주지 않는 격이었다. '- 위트레흐트 평화조약중
이작품을 읽을 때는 어쩔수 없는 현실, 인간의 이기주의가 아픈가족을 평생 돌보는 일을 앞선다는 생각에 쓸쓸했다. 남들에게 보기흉하게 발광하는 어머니를 가둬두고 보살피는 자매, 그리고 그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했던 여자들, 젊은 사람들이지 않느냐는 점이 느껴지면서 나조차 딜레마에 빠지는듯 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중 어떤 작품이 너무 좋다라는 느낌없이 전체적으로 뒷맛을 남기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문장들이 짧지만 긴 여운, 뭔가 뒤에서 잡아 끌며 이것에 대해 좀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느냐고 스스로에게 묻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