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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평점 :
'난설헌'과 '프린세스 바리'에 이은 혼불문학상 3회 수상작인 '홍도'는 개인적으로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 흡입력이 강했던것 같다.
동현이란 인물은 인천공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이 400년을 넘게 살았고, 자신의 이름을 정여립이 지었으며, 임진왜란때 일본으로 건너가 선조의 딸인 정주로 10년을 살기도 했다며 그에게 말을 건다. 마침 정여립에 관한 영화를 준비중인 동현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진실같지 않은 과거사에 빠져들고 만다.
일본이 조선에 7년간이나 주둔하고 있었고, 선조는 전쟁이 나자마자 명으로 갈것이라 요란을 떨며 피난가기 바빴던 임진왜란의 이야기. 일본도 명나라도, 조선의 관리도 조선백성에겐 모두 죽일놈이었던 시기의 이야기는 항상 가슴이 아프면서도 수많은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혼불문학상의 수상작들이 모두 그렇듯 역사소설의 모습을 갖고 있지만, 역사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읽으면서 나도 홍도의 고백을 듣는듯 이야기가 멈출 때 마다 그녀의 빨간 입술을 바라보듯, 재촉하게 된다.
자치기나 아버지 그리고 정주가 환생하여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 만나기도 하고, 천주사상에 대한 이야기가 한동안 나오기도 하는 것이 약간은 언발란스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죽지못하고,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만나는 홍도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조선은 사군자 말고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초목과 억새들이 어울려 살아온 나라였다. 그러나 오직 사군자만을 바라보며 오백년을 견디고 버텨오던 조선은 결국 부서지고 스러져 갔다. ~ 더 이상 굶어 죽지 않고, 매 맍아 죽지 않고, 배불리 먹기만을 바라는 비루하고 너절하고 어리석은 백성들이었다. 이백년 전에도 그랬고 백년 전에도 그랬으며 백년 후에도 이백 년 후에도 그러고만 있을것 같다. 조선 산하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초목과 억새들은 스스로 제가 주인 될 생각은 하지 못하고 부서지고 스러진 사군자만을 쓰다듬었고 또 누군가가 제 주인이 되어주길 바라고 원하며 제 신세를 한탄만 했다.' p3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