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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 행복은 삶의 최소주의에 있다
함성호 지음 / 보랏빛소 / 2013년 6월
평점 :
여러분야에 오지랖 넓게 기웃거린다고 자신을 오지래퍼라고 소개하고 있는 작가는 학창시절 그림을 그렸고, 만화를 심하게 즐겼고, 전공은 건축을 했던 사람이다. 그런만큼 책에는 건축과 만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온가족이 만화를 즐긴탓에 (어머니만 빼고) 만화에 대한 종류가 이처럼 많은지도 몰랐거니와 만화의 흐름을 한눈에 꾀고 있을 만큼 잘 알고 있어서, 내가 학생때 조금이나마 기웃거렸던 그때의 만화가게 풍경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가 만화를 곁들여 이야기한 많은 만화이야기, 건축이야기, 사소한 이야기들중 두더지 잡기 놀이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북한군을 연상시키는 두더지잡기 놀이에 대해 이야기 하며 두더지가 자기가 나올 구멍을 미리 알고 나올때는 사냥꾼의 약을 올리거나 잡히거나 둘중 하나지만 두더지가 나갈 구멍을 모르는 경우 자신이 약이 오르거나,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거나, 시스템을 욕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도시에 무수히 많은 지하상가에서 출구를 찾아 고개를 내밀 때 마다 엉뚱한 구멍으로 나오는 자신을 뿅망치가 사정없니 내리치는 것으로 표현했다. 근대화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상위를 자동차에게 내어주고 인간은 자하도로 걷게 했다.
내는 이곳 부평에 심하게 오래 살고서도 어느날 넓기로 유명한 부평지하상가에 생소한 구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을 헷갈려 엉뚱하게 헤멨던 기억을 떠올렸다. 7.8월이나 느닷없는 빗줄기에 스스로 찾아드는 지하상가는 자외선과 빗줄기를 차단하지만 물건을 사지 않는 한 어느 한 곳 편히 쉴곳 없는, 그저 두더지 처럼 왓다갔다 하다 열린 구멍을 찾아 나올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