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인간은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울 때 절망할까? 아니면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데,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을 때 절망할까?"

후지슌은 2학년 3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다. 그가 자신의 집앞 감나무에 목을 메며 유서에 4명의 이름을 남긴다. 자신을 왕따 시킨 두명과 자신의 절친이라고 사나다 유에게 고맙다고 그리고 자신의 짝사랑의 대상인 사유리에게 미안하다고 써 있었다. 

게다가 그의 죽음은 '제물 자살'이라고 명명되며 이슈가 되었다. 졸지에 후지슌의 절친이 되어버린 사나다는 왜 그를 지켜주지 못했느냐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고, 후지슌이 자살하기 전날 그의 전화를 매몰차게 거절한 사유리 또한 후지슌의 죽음 앞에 가해자들보다 더한 짐을 짊어지는 청춘을 보내는 이야기이다.

사실 중반까지 후지슌의 부모의 입장이나 사나다의 입장에 몰입할 수 없었다. 우리와 다른 장례문화 때문에 매일 아침 저녁 죽은자의 제단을 차려 놓고 제를 올리는 것도 그렇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되는 죽은 자에 대한 넋을 기리는 것들이 지루하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죄스러워야 할 상대는 후지슌이 마구잡이로 써 넣은 사나다와 사유리가 아닌 가해자와 왕따의 조짐을 알아 차리지 못한 부모님에게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리라..

후지슌의 바보같은 행동들만 기억하는 사나다에게 그의 죽음이 다가오는 것은 시간이 한 참 지났을 때 더 깊이 다가 온다.

나이프의 말은 찔리는 순간 아프지만 십자가의 말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고 한다.

친구의 고통을 해결해주려 하지 않은 사나다.

아들의 고통을 알아채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긴 여정이 빠르지 않게 잔잔하게 힐링되면서, 종반에 가서야 나는 이 책의 진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