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작가를 보고 선택하지 않은 경우, 책을 읽다가 범상치 않음을 느낄 때 '어 이작가 누구지?' 하며 작가 프로필을 보는 경우가 있다. 책 제목과 표지만 보고 청소년 성장소설정도로 인식하던 나는 깊고 먹먹한 느낌을 만들게 하는 이 작가가 궁금해 졌다.

 

'성재는?' 이라고 묻는 아버지의 말소리. 그것은 나의 존재가 아닌 부재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물음이었다. p8

엄마에게 사생아를 낳게 하고 일주일에 두 번 들렀다 가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있지도 없지도 않는 사람이었고, 밤에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낮에는 죽은듯이 잠만자는 엄마 또한 있지도 없지도 않은 사람이다.

성재는 게이이며 메이크업을 배우며 취직을 꿈꾸는 비정규직이며 이미 결혼해 아이가 있는 애인만이 유일하게 자신을 살아있게 하는 존재다.

 

일회성 만남으로 성욕을 채우고 마약을 하지만 정작 큰 돈을 벌기 위해 게이바에서 일하기는 싫은 그래도 조그만 꿈이 있는 루저다.

 

'나는 나를 잊어야만 겨우 존재할 수 있었다. 쓰레기 같은 인생길 위에서 쓰레기처럼 살아가고 있는 거나, 쓰레기 같은 길바닥을 애써 외면한 채 화려하고 번듯하게 살아가는 거나 다 마찬가지다. 잘났거나 못났거나,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우리 모두가 다 쓰레기인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로지 이 순간만, 내가 모두 다 사라져 버린 이 순간만이 투명하도록 진실했다. 이것 외에는 모든게 다 가짜였다. p112

 

그가 취직을 하려 찾아가는 순간, 에이즈 검사를 받으러 가는 순간에 타인의 시선에서 느꼈던 따가운 시선이나 물음은 현실이지만 그가 찾는 현실은 마약에 취해 홀에 빠지는 이런 황홀한 순간 뿐이다.

 

하지만 오직 하나의 위안이었던 민수형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느낀다. 아이를 안고 보살피는 그, 거실 가득 책으로 쌓여있는 집안은 자신과 같다고 느꼈던 사람에 대한 배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부재하고 있는 부모에게서 정크로 태어난 자신이 탈출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막막하고 손에난 상처처럼 기분이 묘하게 만드는 책이다. 마약과 게이들의 성행위가 언급됨에도 나는 이 책을 감히 '아름답다'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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