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엔젤
마가렛 로렌스 지음, 강수은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90살 헤이거는 이제 뚱뚱해지고 내 맘대로 안되는 몸뚱이와 그보다 더 통제가 어려운 입버릇 때문에 며느리 도리스와 갈등을 빚고 있다. 자꾸만 옛 기억을 돌아다니는 기억 때문에 문득 문득 아들 마빈과 도리스의 말을 못알아 듣는 것 때문에 더 퉁명스러워 지는 지도 모르겠지만 절대로 타협하지 않으려 한다. 자신을 돌보느라 외출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며느리와 60이 넘도록 어머니의 따뜻한 말은 커녕 죽은 동생 존을 들먹이며 상처를 주는 어머니를 돌보는 마빈에게 못할 짓인줄 알지만 그게 안되니 더욱 벽을 쌓는다.

병원에서 x-ray를 찍기 위해 바륨을 억지로 삼키는 대목에서 의사는 말한다.

"참지 않으시면 또 드셔야 해요. 그러시고 싶으세요?"

"당신이라면 그러고 싶겠어요?"

"아뇨, 그러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어째서 그러고 싶냐고 묻는 거에요?"

그리곤 그녀는 느낀다. 그도 인간이고, 혹사당하고, 나는 피곤하게 구는 환자다. 그리고 이 중 어떤것도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고..

그러면서 그녀는 느꼈을 지도 모른다. 자신을 요양원에 보내버리려고 하는 아들 내외가 전혀 세련되지 않고 티나게 친절하게 구는 도리스의 욕심만은 아닐거라고..

 

그런 피곤한 몸을 의지하는 이 생활에서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며 기억은 옛날 어릴 때와 남편을 만날때 그리고 두 아들을 낳고 아들의 삶에 관여하며 살았던 인생을 돌이켜 본다. 결국 왕고집 할머니 답게 가출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마침내 병원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관계라는 것에 대해알아가는 것같다. 그리고 진작에 사과하고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지도 모른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 교과서과목으로 배운다는 이 책은 참으로 잘 쓴 작품이다. 이제 몸이 따라주지 않고 자신의 의식마저 진화하지 않은 헤이거의 삐딱한 말투는 읽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지성을 쌓기 위해 백화점 카다로그를 읽는다거나 남편의 허풍을 듣게 될 때면 그가 하는 말 자체보다 자기를 비웃음 거리로 만들고 있는 지도 모르고 떠든다는 등 그녀의 표현은 묘한 비꼬임이 일품이다.

 

 로렌스의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여성에게 제시되는 선택권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제한된 환경에서 어떻게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지에 집중한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엄격한 아버지밑에서 대학교육까지 받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동네에 이사온 14살 많은 브램을 선택한다. 그는 아내를 잃고 두 딸을 키우는 남자로서 별로 평판이 좋지 못한 사람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그의 욕도 험해지며, 일하는 날보다 읍내에 나가 자신을 비웃음 거리로 만드는 일을 더 많이 하는 남자. 그와의 삶에서 두 아들을 낳고 어느날 자신에게 남은 것이 뚱뚱해진 몸뚱이와 옷 한벌도 없는 무일푼 시골뜨기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아들 존과 함께 떠났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이나 행동이 항상 올바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헤이거의 고집은 아버지를 닮았고,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는 못하지만 자존심은 강하게 지키며 살아온 여인 헤이거. 그녀의 고집그런 성격과 인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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