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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77년 프랑스 태생인 저자 네주 시노는 어릴 때 의붓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성폭력 학대를 받으며 성장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기대는 건 아마도 열심히 학업에 몰두하는 일뿐이었는 지도 모른다. 이후 문학박사학위를 받고 2023년 자선적 소설이자 에세이인 [슬픈 호랑이]를 출간했다. ‘장르를 초월하는 형식의 독창성과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이라고 소개하는데, 읽다 보면 소설이면서, 에세이, 회고록, 르포, 평론을 넘나드는 부분들을 발견한다.
초반에 [롤리타]에 대한 비평이 나오는데, 내가 읽고 느낌 감정을 작가가 얘기해 주는 것 같아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다. 가해자 입장에서 쓰인 작품이라는 점이 매혹적이면서 당혹스럽다는 점, 영화에서 롤리타를 실제 나이보다 더 높게 설정하여 소아성애자인 가해자의 병적인 학대를 희석시킨 점 등등...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입장에서뿐 아니라, 의붓아버지, 변호사, 딸을 사지로 몬 엄마의 입장 등 여러 입장에서의 화자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사건)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9살부터 의붓아버지에게 당한 학대는 7년간 이어졌고 성인이 된 후에 어머니에게 말하면서 의붓아버지를 고소하게 되고, 엄마는 1년을 그와 함께 더 살긴 했지만, 그녀를 위해 남편을 고소하고 딸의 편에 서 주었다.
줄거리 위주의 소설이 아님에도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작가의 힘이 있지만, 소재가 소재인 만큼 가끔 읽기 힘든 부분이 있다. 어떤 상태의 건장한 20대 남자가 9살 의붓딸에게 그렇게 지속적인 학대를 할 수 있을까? 아내의 두 딸을 비롯해 자신의 아이를 두 명이나 둔 가장이고, 화를 잘 내고 변덕스럽지만, 건강하고 인기가 좋았던 의붓아버지는 다행히 모든 것을 인정했다. 법의 가벼움은 우리가 받는 또 다른 상처이지만, 그럼에도 의붓아버지의 인정은 그녀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기지 않고 해결되었다.
어린 시절의 고통은 그녀가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연도나 사건의 디테일을 때로는 뒤죽박죽하게 기억하기도 한다. 그 처음이 7살이었을까? 9살이었을까? 7년간 지속되었나? 더 오래 지속되었나?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녀의 과거를 듣는 느낌으로 읽다 보면 작가의 깊은 곳에 자리한 외로움, 상처를 공감하게 된다.
롤리타를 언급하면서도 저자는 제목이 롤리타지만 희생자의 입장은 부각되지 않는 면이 있음을 말한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희생자는 무명의 어떤 소녀, 가엾은 한 아이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상처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희생자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이야기는 [롤리타]에서의 롤리타 입장을 듣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