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락은 짧고, 잘 읽힌다. 장면전환이 빠른 영화를 보는 듯, 흥미롭다. 중간중간 거의 다 가려진 보고서들, 낯설고 어쩌면 기괴한 퀴어 사진들은 소설을 다큐처럼 느끼게 해주는 요소가 되어 더 사실처럼 읽힌다.
퀴어 문학은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와 [벨벳 애무하기]를 읽어봤는데, 레즈비언 이야기를 조금은 밝은 스토리로 풀었다면 저스틴 토레스의 [암전들]은 훨씬 진지하고 어둡다.
이야기는 1902년에 태어나 1960년에 세상을 떠난 독일 태생의 미국 언론인이자 작가, 활동가, 그리고 연구자였던 실존 인물 Jan Gay의 연구 결과물로 시작된다. 초창기 레즈비언 연구에 선구자였던 그녀의 수많은 인터뷰 자료는 세상에 내놓을 땐 그녀의 이름도 애초의 의도도 지워진 성적 변종들의 연구로 뒤바뀌었다고 한다.
후안이 세상을 떠난 후, 화자가 그의 연구 프로젝트를 이어받는다는 조건을 수락하며 전개된다. '네네'로 불리는 화자는 병상에 누워있는 노인 후안 게이를 돌보며, 사막의 폐허 '팰리스'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는 단순히 두 인물의 만남을 넘어, 성소수자로서 잃어버린 목소리를 복원하려는 시도이자 강렬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1974년까지 미국 심리학회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동성애를 포함시켰다는 역사적 사실은, 작품이 다루는 '지워지고 왜곡된 실제 이야기'와 소설적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 그 시대 퀴어들의 진정한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