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상의 책 - 개정판 ㅣ 폴 오스터 환상과 어둠 컬렉션
폴 오스터 지음, 민승남 옮김 / 북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날 오래된 코미디를 보다 그는 웃고 말았다. 가족을 모두 잃고 희망도 없이 살던 그였는데... 그는 단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자신을 웃게 한 코미디언 헥터 만의 모든 영화를 찾아보기에 이른다. 중반부터 묘사되는 헥터 만의 인생 이야기는 데이비드 짐머 교수만큼이나 독자 또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무성영화에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생전에 12작품을 남겼던 그는 29세가 되던 해에 홀연히 살아졌었다. 온정신으로 살 수 없었기에 편집증적으로 세계 곳곳에 흩어진 헥터 만의 작품을 보고 또 연구한 후 그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뉴욕에 아파트를 얻었다. 3개월간 영화를 보고 그의 영화에 대한 글을 9개월간 쓴 후 다시 밀려온 그는 친구의 부탁으로 번역 작업에 몰두하는데 그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온 후 자신이 헥터 만의 부인이라고 주장하는 여인의 초대장을 받게 되고,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그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핵 터 만의 파란만장한 삶에 대해 듣는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브리지드를 미치게 만들고 임신시키고, 그녀의 시신을 유기하기까지 한 핵터 만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름도 바꾸고 떠돌다 브리지드의 고향으로 가 그녀의 아버지의 가게에 취업하게 된다. 그의 이런 행동은 자신이 고통받아 마땅한 위치에 있으려는 생각의 결과였지만, 브리지드의 동생 노라가 그에게 빠지게 되고, 편지를 남기고 또다시 길을 나선 그는 잠깐 동안 포르노일도 하게 된다. 그가 자살을 시도하던 와중에 은행에서 여인을 인질로 잡은 강도에게 무작정 뛰어들어 큰 사고를 입게 되지만, 인질이었던 여인 프리다와 결혼해 뉴멕시코에 정착한다.
“내 삶을 구하려면 그 삶을 파괴하기 직전까지 가야만 한다.”
p.223
[달의 궁전]에서 포그의 삶을 통해 기승전결이라는 이야기 구도를 뒤엎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몰락과 횡재를 그렸었는데, [환상의 책]도 믿기 힘든 구조지만 독자에게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이야기꾼임을 증명하는 작가라는 걸 확인한다.
폴 오스터만 특유의 재능이 아니면 불가능한 거침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1930년대 영화산업이 변화하고, 대공항 시대를 지나는 사람들의 삶이 믿기 힘들면서도 푹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