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옥은 그곳에서 진수를 만나 결국 결혼하게 되고 자신이 키우다시피 한 동생들도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다. 그리고 멀리 있는 조국에서 올림픽을 한다는 소식은 이들에게 온갖 감정을 갖게 한다. 반가움, 그리움, 회한, 서운함, 죄책감, 자랑스러움...
어릴 때 엄마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먼 길을 찾아 러시아로 가고,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장하고, 결혼과 출산을 겪은 단옥의 시점에서의 이야기임에도 나는 덕춘의 죽음에서 더 큰 슬픔을 느꼈다. 평생 여덟 명의 자식을 낳았고, 그중 일부는 20년 넘게 헤어져 가슴에 묻고 살았던 그 시대의 어머니, 남편과 떨어져 지낸 세월이 같이 산 세월보다 더 길고, 행복했던 짧은 순간은 어김없이 어린 자식들을 짐처럼 남기지만, 어린 자식들을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던 어머니들을 덕춘을 통해 보았다.
남의 땅에서 살면서 이름이 몇 번이 바뀌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족의 일원이 되는 과정에서 마음은 언제나 고향에 있지만, 조국이 버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