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방학
연소민 지음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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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사라져버린 아빠. 그는 가족을 외면하고 새 사랑을 찾아 떠났다. 엄마는 이혼을 거부했다. 아버지가 떠난 자리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웃들의 민원, 신고가 이어졌지만, 엄마도, 나도 괜찮다고 웃었다.

마른 엄마는 집안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처럼 보였다. 할머니가 엄마의 머리를 땋아준 것처럼 엄마가 딸의 머리를 묶어주는 행위는 마음을 표현하는 특별한 방식이듯, 이제 딸은 엄마의 머리를 만져준다. 이제부터 엄마의 엄마가 되겠다고,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다시 키워내고야 말겠다고...


내가 사는 곳은 집이 아니라 엄마의 가슴속 같았다. 그 집은 쇠락해 무너져 내린 엄마 그 자체였다. 집은 사는 사람을 그대로 투영해 보여주므로. 나는 그 집 벽에 묻은 수많은 거무튀튀한 얼룩 중 하나였다. 그 얼룩은 아무리 걸레로 닦아도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면적을 키워나가다가 결국 집과 하나가 되었다. 나는 오직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의 집에 함께 갇힌 것이다. 엄마가 나를 당신의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묶듯 모녀 사이를 단단하게 묶어버린 것 같았다.

p.62-63


엄마와 나는 부모님의 고향인 고흥으로 이사하게 되고 그곳에서 수오와 수국을 만난다.

집은 여전히 쓰레기 집이었지만, 친구들과의 추억은 쌓였다.

이제 엄마의 엄마가 되어 엄마를 보살피며 차차 나아지는 엄마를 느끼지만, 어느 날 엄마는 떠났다. 운명처럼 페스티벌에서 만난 수오는 고흥에서 엄마를 만난 이야기를 꺼내고..

그리고 엄마의 친구를 통해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다.

서로의 말은 오역되고, 곧이어 생략된다. 하지만 자신이 몰랐던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를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한 츰 성장해 가는 딸의 모습이 보인다.


“쓰레기 집마다 유독 많이 나오는 특정 물건이 있어요. 예를 들면 속옷, 정신과 약, 책, 라면 혹은 가구들…… 집마다 다양해요. 우연인 경우도 있지만, 때로 그 물건이 쓰레기 집이 된 이유를 설명해 주기도 해요. 댁에서는 신발이 가장 많이 나왔어요. 그중에서도 남성 정장 구두요. 뜯어보지도 않은 택배 상자가 쌓여 있었죠? 80퍼센트 이상이 구두였어요.”

p.126


결핍이 있는 가정에 대해 모든 부모를 원망하는 편이었다. 언제나 잘난 사람과 비교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기 보다 대접받기만 바랬던 딸이었음을 느낀다. 이제 솔미도 진짜 가을 방학을 계속 맞이하길 바라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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