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나라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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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H.G. 웰스의 '눈먼 자들의 나라'(The Country of the Blind)는 1904년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안데스 산맥의 한 고립된 계곡에, 수 세대 동안 외부와 단절되어 살면서 모든 구성원이 눈이 멀게 된 공동체가 있다. 이들은 시력을 완전히 잃었기 때문에 '보는 것'이라는 개념 자체를 알지 못하며, 자신들의 방식대로 완벽하게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누네즈는 산에서 조난을 당해 우연히 이 눈먼 자들의 계곡으로 떨어지게 되고, 그는 이곳에서 자신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우월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은 누네즈가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으로 여기며, 그의 '보는 능력'을 장애나 기이한 현상으로 치부하게되고 누네즈는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려 하지만, 시각 이외의 모든 감각이 고도로 발달한 그들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누네즈의 '이상함'이 그의 '눈'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그가 눈을 제거하면 자신들처럼 '정상'이 될 수 있다고 제안 하게되고 누네즈는 사랑하는 여인 '메디나 사로테'와 함께 살기 위해 이 제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게 되지만 시력을 지키는 것을 선택하고 탈출을 시도한다. '눈먼 자들의 나라에선 외눈이 왕이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Apple TV에서 드라마 ‘See’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수세기 동안 눈 이 먼 상태로 지내온 사람들의 사회에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쌍둥이들, 하지만 오히려 그 능력이 사악한 능력으로 여겨져 숨기고 살아야 하는 이야기였는데, 드라마를 보면서도 ‘볼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위대한 능력인데 보지 못하는 무리들에게 당하고 있을까, 하면서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꼈었는데, 나 또한 눈먼 자들처럼 한 쪽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상이란 도대체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만든 것인가. 우리는 왜 보편에서 벗어난 몸과 감각을 ’장애‘라 명명하고, 그것을 결핍으로 간주하는 가. 그러는 동시에 ’더 나은 삶‘이라는 서사가 종종 권력과 폭력의 언어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 편집자의 말 중에서

이 소설은 문명, 정상성, 감각, 그리고 진리라는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인지를 날카롭게 비추며, 그 상대성이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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