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2022년 [저주 토끼]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까지 올랐던 정보라의 장편소설 [아이들의 집]은 돌봄과 양육을 국가와 공동체가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상상의 미래사회를 다룬다.
시민은 누구나 한 달에 하루, 돌봄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사회. 어린이는 누구나 부모 또는 ‘아이들의 집’에서 생활할 수 있고 모든 돌봄은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인 사회다.
이 사회는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안전한 사회로 보인다. 사람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방범 역할도 하는 로봇이 아이들의 집에 상주하고, 아이들은 언제나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의 집에서 거주 생활이 가능하다. 부모들은 아이를 언제든 아이들의 집에 맡길 수 있고, 또 언제든 데려가 보호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해외로 입양되는 사람들이 있고, 수학을 잘할 수 있도록 클리닉에 다니며 머리에 전기 자극을 쏘는 시술을 하는 부모로 인해 아이들이 죽는 세상이다.
거주환경 점검을 하는 공무원인 ‘무정형’이 관리하는 집에서 여자가 아이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난다.
‘관’은 학대하는 양부모에 의해 자랐고, 이제 시민권조차 없어 자신의 부모가 있는 조국으로 왔다. 자신의 부모를 찾기 위해 그리고 배우자인 ‘표’의 부모도 찾기 위해서...
인물들의 이름은 건조한 도형이거나 단순 명사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 무정형를 비롯해 정사각형, 구, 관, 섬, 표 등등 반면 깡통 로봇과 해외입양된 표의 동성 부모만이 진짜 사람의 이름을 하고 있다.
생물학적 부모 없이 인위적인 수정으로 태어나는 아기가 있고, 우생학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기술과학의 발전을 지지하는 단체가 있다. 깡통로봇이지만 농담도 잘 하는 앨리스와 같은 로봇이 흔한 세상, 쌍방향 신경통로로 연결된 의족은 데이터를 수집하느라 의족을 착용한 사람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상황을 만든다. 결구 기계에 대한 거부감으로 모든 기계를 거부했던 무정형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엄마 노릇을 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아이들의 집은 어때야 하는가? 시스템에 의해 정부에 의해 관리되는 안전한 공간인가?
욕심과 걱정으로 가득한 부모가 지배하는 공간인가? 기계에 의존하거나 정 반대로 배척하거나 하는 둘 중의 하나의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그런 의도였나 하고 읽게 되는데, 이게 다 작가의 의도였는지 잘 모르겠다. 종반에 가서 전혀 다른 결과는 내 예상에서 벗어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