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크라임 이판사판
덴도 아라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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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 아래에서 시체가 발견되었고, 피해자는 중년 남성인 사토 마사타카로 그의 몸속에서 ‘눈에는 눈’이라는 쪽지가 발견된다. 수사를 거듭한 끝에 피해자의 아들 신토를 포함한 네 명의 남성이 어린 여학생에게 약물을 먹이고 집단 강간한 사건이 있었고, 사건은 함께 힘을 합친 네 명의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결국 피해자는 은둔생활로 가정이 파괴된 상태였는데, 가해자 네 명 중 한 명의 아버지가 보복범죄로 보이는 상태로 살해된 것이다. 형사들은 피해자의 오빠인 하시모토 류스케를 의심하고 추적하기 시작한다.

구라오카는 여형사인 요다로부터 여성에 대한 차별적 단어에 대한 지적을 받지만, 발끈하는 것도 잠시 자신도 차츰 여성들에 대한 차별적 단어를 고쳐나가고, 피해자들에게도 자신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걸 일깨워 준다. 어른들에 의해, 아니 어쩌면 피해자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하지 못했던 ‘사죄’를 신토가 마침내 하게 되면서 자신도 어쩌면 마음의 고통을 덜게 되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 특히 피해자의 가족이 이후 얼마나 처참하게 붕괴하는지, 진심 어린 사과가 이처럼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마초 성격이지만 은근 츤데레인 구라오카 형사와 시바의 콤비가 어느 형사물 보다 잘 어울리고 재밌다. 일본에서는 남편을 슈진(주인)으로 부른다고 한다. 단어에 상하관계, 주종 관계가 뿌리 깊이 있다는 사실은 21세기에도 젠더 감수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걸 말해 준다.


최근에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을 상대로 한 데이트 폭력과 살인에 관한 뉴스가 많이 들린다. 남자들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아우성치는 시대에도 여전히 위력에 의한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이 자행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남녀 차별이 우리나라보다 더 뿌리 깊고 아직도 만연한 일본 사회의 젠더 크라임은 많은 인식 변화가 필요한 듯하다. 영어나 한국어에서 이미 사라진 가부장적, 남성 중심적 단어들이 일본 단어에는 아직도 버젓이 쓰이고 있나 보다. 주인공 구라오카가 변하듯, 가해자 신토가 결국은 사죄하면서 해방되듯, 사회는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간다. 주위에서 잘못된 표현이나 행동을 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판사판 시리즈의 첫 책이고, ‘성인지 감수성이 향상 안 되면 남자가 다 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출판했다’는 출판사의 노트 때문에 극단적 페미니즘에 관한 소설은 아닌가 우려했는데, 사회의 뿌리 깊은 부조리뿐만 아니라 성인식에 있어서 남성뿐 아니라 여성 내에서도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작가는 하고 싶어 한다.

단지 ‘잠을 못 자게 해서, 휴대전화 비번을 안 알려 줘서 남자들이 여자들을 살해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지 않다. 비리 경찰이었던 이자키 유키오나 요네다처럼 가진 자들이 근본도 나쁜 일부의 사람들의 악행이 근본 악이다. 다행히 구라오카, 시바, 요다 같은 형사들처럼 우리 사회의 남성 여성들이 부족하지만 사회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조금씩 변하고 변화시켜나가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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