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급진적인 관점이 되었고, 운동이라기보다는 현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이 되었다. 20세기 후반 대중적으로 어느 정도 확산된 이해의 틀로 자리 잡았고, 그렇기에 정치혁명보다는 지난한 사회 변화 과정에 더 깊게 호소했다. 공산당이 그 역할을 못한것은 미국의 공산당이 공산당의 의미를 러시아의 뜻과 같게 생각한 패착은 아닌지 싶다.
반항했고, 반항에는 분노가 따른다. 굴욕감의 정복을 위해 무력이 사용되고, 무력은 반항인을 혁명가로 만들고, 혁명가는 살인을 저지르고, 살인은 구축된 연대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이것이 급진주의의 핵심에 놓인 쓰라린 좌절의 패턴이었다. 한때 미국에서 공산당원으로 몸담았고, 차별당하고, 당에 헌신했지만 좌절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평안하고 어쩌면 남들보다 더 재능 있는 사람으로서 역할을 하며 과거를 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러움이 인다. 북괴, 궤래, 처단해야 할 대상... 21세기 대한민국은 아직도 이러한 흉악한 단어로 진보에게 겁을 주고 그것이 가능한 나라이고 그걸 증명하는 요즘이라 더욱 그렇다. 개정판을 내면서 저자가 자신의 글에 대해 장황하고 반복된다고 말한 것처럼 앞에서 말한 문장을 반복하는 구절들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