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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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로 조직의 크기가 팽창해 왔고, 조직 안에 가려져 있던 개인은 이제 다시 예전의 장인과 동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찾는 호명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예전보다 풍요로운 사회에 살지만 덜 행복한 이유는 ‘위험에 대한 과대인지’에서 온다고 말한다. 위험에 대한 과대인지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하게 된다. 가깝게는 내비게이션에서부터 모의면접, 모의 00, 결혼 D-0일, 시험 준비 D-0일 등은 이제 일상이다.

“역기능적 불안으로부터 비롯된 시뮬레이션은 부작용을 낳습니다. 최선의 시나리오만을 생각한 최적화 알고리즘으로 삶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그 끝에는 최종적 위험 회피가 자리 잡습니다. 가령 부모의 시뮬레이션으로 위험 호피에 성공할지라도 이는 아이의 성장 부재로 이어지고 점차 나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성장은 모범사례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예기치 못한 일을 통해 좌절하고 그 낙담 속에서 다시 일어서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다시 말해 절망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회복 탄력성이 그의 성장에서 가장 주요한 촉매로 자리 잡습니다.”

p85

아이들이 다치면 학교 책임이 되니까 방과 후에는 운동장을 폐쇄한다. 극강의 경쟁, 시뮬레이션 과잉이 낳은 사회는 그 대안으로 위험회피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책임회피 사회’로 바뀌었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는 한정되어 있고, 공정하다고 하지만 어찌 되었든 ‘선발’이라는 경쟁에서 선택되기 위해 수능을 뛰어넘는 수학 문제, 회사에서 필요치 않는 스펙으로 무장하게 되면서 ‘상호 경쟁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좋은 인재를 ‘선발’하여 최고의 대우를 하는 회사에서 지금 ‘월급루팡’, ‘조용한 휴가’, ‘조용한 퇴사’라는 말이 유행하며 ‘좋은 직장’의 딜레마는 이렇게 구조화 되어가고 있다.

최근에 삼성맨의 평균 나이가 40대라는 말을 들었다. 좋은 직장에 새로운 젊은 인재 없이 정체되는 회사, 더 이상 개혁도, 발전도 없지만 여전히 좋은 직장인 삼성의 주가가 삼성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음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산된 협력은 개인의 자립을 북돋습니다. 자립 후 깨어난 핵개인은 스스로의 이름을 찾게 됩니다. 이름은 상대의 존재를 인식하는 수단이나 기호이지만 타인에게 불릴 때 실질적 의미를 갖게 됨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p326

정보의 과잉으로 갈팡질팡하며 먼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를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흑백 요리사’라는 프로그램으로 음식업을 하는 재야의 고수가 이미 성공한 유명 요리사와 대결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요식업을 하는 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자신의 스타일로 고집스럽게 음식을 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낀 탓이다.

지방에도 즐비한 대형카페보다 커피가 좋아 커피를 공부하고 손수 커피를 내리며 자신의 특색을 살려 인테리어를 한 자그마한 카페를 사람들은 선호한다. 마찬가지로 빵을 굽지 않는 빵 가게의 사장은 베이커리가 아닌 경쟁이 치열한 유통업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직업인지, 내가 하는 일이 곧 ‘나’를 말하는 사람으로서의 직업인지 말해주는 것 같다.

TV 강연에서 사회진단을 명쾌하고 재미있게 하는 저자를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그의 글도 명쾌하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강연 들은 것 같은 느낌의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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