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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정국의 풍경 - 인물로 돌아보는 대한민국 현대사
신복룡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저자 신복룡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광복, 미 군정,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기까지 전쟁 통을 포함해 통치권자가 6번 바뀌는 경험을 했다. 아픈 현대사를 몸소 경험하며 스스로 역사학의 우상파괴자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만큼 허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5년 광복 70 주년으로 [주간조선]에 연재되던 글인데 끝까지 가지 못했다. 나중에 책으로 엮여졌고 이번이 3번째 개정판이다.
촘스키는 ‘세상의 진실을 속속들이 알면 우리는 늘 우울해진다’라고 했는데 그렇다고 현대사를 이념에 맞게 허구로 전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경험한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기록하고 싶은 노학자의 진심이 느껴진다.
일본의 부상과 중국의 쇠퇴에도 조선의 군주와 지배계급은 세계사를 보지 못하고 민중의 눈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이완용이 원흉인 건 맞지만 한 사람의 매국노가 나라를 팔기 이전에 나라는 기울고 있었고, 그건 역시 군주와 지배계급 탓이라는 진리는 변함이 없다.
젊은 장교에 의해 10초 만에 결정 난 38〫도 기준선만큼이나 대한민국을 지금으로 오게 한 해방 정국의 풍경은 미숙한 정치, 대립과 배척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1946년 대구 사건, 1948년 제주 4.3사건과 여수 순천 사건을 세 번의 비극적 사건을 뽑는다. 좌익적 분위기가 있다고 하나 공통적으로 보면 정치적 색깔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시위가 무자비한 탄압과 발포로 시위는 격화되고 많은 희생자를 낳은 안타까운 사건들이다.
제주 사건은 자발적 민중 봉기가 서로의 보복 살해로 악화되고 결국 제주 인구의 10%인 3만 명이 살해되었다.
여수 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제14연대 장교들의 반란으로 시작되었다. 제주도 토벌작전명령에 불복하여 경찰관 가족을 살해하고 우익인사를 처형했다. 진압부대는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양민들을 한꺼번에 학살했다. 이런 서로 죽이는 보복 살해로 여수 순천에서 5400여 명이 죽었는데 그중에는 억울한 사람이 많았다.
저자도 김일성 가짜설을 주장한 전 성균관대 교수 이명영에 대해 중앙정보부 요원이었다고 기술했다가 사자명예훼손죄로 힘든 시기를 거쳤다고 한다. 좌. 우익으로 못할 짓을 저지른 사람들의 후손들이 무조건적 수긍을 할 거라 기대하기도 힘들기에 근현대사를 왜 학자들이 저술하기 꺼려 하는지 읽다 보니 이해가 간다.
“분단은 역사 발전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재앙이었다. 따라서 분단 그 자체가 비극이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 해악을 지속시킨 것이 비극이었다. 분단을 초래한 그 시대의 지도 세력의 죄과에 못지않게 분단의 유산을 청산하지 못하고 업보처럼 안고 살아가는 후세대도 역사의 비난을 면할 수가 없다.” p521
해방 이후 타의에 의해 분단이 되고, 미 군정에 의한 신탁통치를 거쳐 남한에서 일어난 좌. 우익 갈등으로 아직까지도 가슴 아프게 하는 상처를 남기고, 한국전쟁 발발과 역시 당사자가 빠진 휴전협상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75년이 되도록 휴전상태로 남아있는 대한민국의 남과 북은 아직도 서로의 이념만 고수한 채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일성, 맥아더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도 있지만, 다른 어떤 자료의 책이나 강의보다 더 신뢰가 가는 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사실 그대로를 쓰려고 했던 저자의 의도를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픈 시대에 민족의 나아갈 길을 고민했던 여러 인물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언젠가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