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쓸모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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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우리 삶에 얼마큼의 영향을 미칠까? 철학은 고리타문하고 형이상학적 요소이니 등따숩고 배부른 시절 머리로 고뇌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철학이라고 하면 거창한 학문이고 인생의 중심을 잡는 이상같은 거라고 믿고 있을 때가 있었다.


산다는 것은 시작되었다고 해서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긍정하고 지속시켜야 하는 것이다. 삶이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당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제한도 제약도 없는 완벽한 자유란 없다. 자유란 적응하는 것, 즉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만든 환경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환경에서 우리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p11


삶이라는 것이 그저 살아지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인간관계와 수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가게 되는데 이때의 삶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한 개인의 사고방식과 태도는 그 때마다 결정을 달리하게 되고, 그 결정은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를 나타내게 된다. 그때마다 필요한 것이 철학이고 철학의 쓸모인 것이다. 결국 철학은 삶과 산다는 행위 자체를 치유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철학의 쓸모에 대해 질병으로 고통받는 우리에게 진단과 소견을 제공하는 것과 건강하다고 믿는 우리에게 실제는 병에 걸린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 두 가지다 라고 말한다.

삶의 전반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논제에 대한 철학적 정의와 쓸모 그리고 철학자의 조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일단 문장이 좋다. 철학자의 말은 어려운데, 풀어 쓴 철학의 쓸모는 쉽게 이해가고, 명문이 많아 필사하고 되세기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삶이란? 죽음이란? 행복이란? 등등의 본질적인 물음부터 시기심, 외모, 집착, 질병, 나이듦 등등 삶에서 때때로 마주하는 내 마음 변화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관심가는 분야를 먼저 펼쳐 철학적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삶이란 태어나는 순간 첫 추첨이 이루어지는 거액의 복권과 같다.

육체 (p.40)



삶은 죽음을 예비하고 있다는 가혹한 진실을 깨닫게 하는 것 이것이 철학이 우리를 위해 마련한 치료제다

죽음 (p.48)


인간은 언제나 타인, 사랑하는 이의 죽음만 경험한다. ‘현재를 즐겨라’라는 말은 치료법이 아니다. 현재를 산다고 해서 죽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인데, 그런 만큼 오늘을 소중하게 살라고 하는 말일 것이다. 질병도 마찬가지로 이해 했다. 질병은 죽음을 예비한 삶이 아니라 그 본질이 사라진 삶이라고 말하며, 병이 걸린 이유, 원인, 근원을 찾으려 하고 목표와 수치에 골몰하면 환자에게 죄책감까지 뒤집어 씌울 수 있으므로 질병은 극복하고 싸워야 하는 존재가 아닌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늙음은 아무데도 가지 않지만 어딘가에 도착해 있는 것이다.

늙음


마음은 30 또는 40 이전에 머무는데, 모습은 그게 아니라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내게 말해주는 느낌이다. 한나 아렌트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탄생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늙음, 나이듦에 대해 ‘우두커니 고요하게’ 살기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살아야 하며 절제가 아닌 욕구를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삶이 어떤 목적을 향해 가며 특정한 이치에 따라 움직인다고 믿고 싶어한다고 인간은 생각한다. 그래서 생물학적 생존만이 삶이 아닌 어떤 진리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선택을 하고 이를 통해 정체성을 들어낸다. 우리가 선택한 행동에 의해 존중받는 사람이 되든지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지가 결정 된다.


시기심은 평등의 원칙이 깨졌다고 생각될 때 발동된다. 내가 갈망했으나 나 대신 친구가 살아가고 있는 삶, 질투는 불평등이 아닌 독점욕에서 비롯된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원래 이용하고, 모독하고, 학대하는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라고 말한다. 감정의 세계는 평화와 사랑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것도 철학적 대처법이다라고 말하는데, 시기심 그거 나쁜거야, 고쳐야돼! 라고 말하지 않아서 좋았다. 우리가 살면서 가지고 있는 감정들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억압하고 마치 성인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철학적 완성이라고 말하지 않아서 그것도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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