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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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 인생은 가끔 멈춰서 보는 것도 중요해. 지금 네가 이러는 건 인생이라는 긴 여행 중에 갖는 짧은 휴식 같은 거지. 여기는 항구고 너라는 배는 잠시 여기 닻을 내리고 있는 것일 뿐이야. 그러니 잘 쉬고 나서 또 출항하면 돼.”

p56-57


사귀는 사람으로부터 결혼 통보를 받고, 그래도 만나주겠다는 히데아키의 행동에 다카코는 자신에게도 반쯤 책임이 있다고, 믿고 있는 타입이다.

실연 당한 후 외삼촌이 운영하는 헌책방 골목의 모리 나키 서점에서 지내게 된다. 잠으로 나날을 보내 던 중 무로 사이세이의 [어느 소녀의 죽음까지]라는 책을 시작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실연의 상처는 히데아키의 전화 와 함께 되살아났고, 사정을 들은 외삼촌은 사과를 받아야 한다며 늦은 밤 히데아키 집으로 가게 되고 그녀는 처음으로 사랑했고, 그래서 상처받았다는 말을 하고 후련해 한다. 그리고 이제 헌책방을 떠나 독립해야 할 때임을 알게 된다. 외삼촌과 모모코 외숙모, 그리고 다카코의 삶은 무리 없이 세상을 살고 있지만, 본인들만이 알고 있는 자신의 못난 모습, 그 내면의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좋아해야 해. 설령 그 때문에 슬픔이 생기더라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사는 쓸쓸한 짓 따위는 하면 안 돼.”

p113


매년 열리는 진보초 헌책 축제에서 헌책을 한웅끔씩 사 가는 풍경, 170곳 이상의 헌 책방이 즐비한 거리, 근현대문학, 아동문학, 잡지 전문, 에도시대 문학 등 각기 특화된 작은 전문서점 거리의 풍경. 때로는 사연 있는 밑줄 친 오래된 책들, 퀴퀴하지만 정겨운 곰팡내가 바로 옆에서 풍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책을 좋아하고, 책 모으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마치 소설에 흥미를 갖고 읽기 시작한 첫 책[어느 소녀의 죽음까지]의 추억 같은 느낌이다. 다카코가 처음 빠져들며 읽은 책, 와다 씨가 반복해 읽은 책 [언덕의 중간], 그녀가 카페에 놓고 간, 그리고 다시 인연을 만들어 준 책[우정].. 책은 제목이나 줄거리, 작가 그 이상의 의미를 독자에게 선사하고, 다른 버전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참 묘하고 매력 있는 창조물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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